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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분주함의 위험성

송준석 교수/존 브라운 대학교(John Brown University)

2년 전에 졸업한 제자 지크(Zeke)가 학교를 찾아 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앳된 모습으로 대학을 입학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결혼도 하고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교수가 되는 것을 준비하는 제자의 모습을 보니 참 자랑스러웠다. 지크가 학교를 방문한 이유는 본인이 하는 연구에 대해 대학생들에게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강연이 끝나고 필자가 학부생들에게 대학 생활에 대해 조언을 부탁했다. 지크가 그 자리에서 했던 조언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었는데 이 지면을 빌려 그 내용을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지크가 했던 조언은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대학 생활이나 대학원 생활에 있어 우리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는 것이었고 둘째는 장기적인 목표와 관련하여 크게 상관이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분주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지크가 대학원에서 배웠던 것은 박사과정 학생으로 여러 가지 연구에 참여할 수도 있고 학업 외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지만,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의 장기적 목표 안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뚜렷한 목표가 없고 그저 열심히만 살면 바쁘기는 하지만 그 노력의 의미는 별로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을 지크는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지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 조언이 대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우리가 삶을 살 때 무엇을 향해 가는지 모른다면 바쁘게 살 수는 있을지라도 인생의 의미는 크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히 기독교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사는 사명이 있기에 그 큰 그림 안에서 믿는 자들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고 지혜를 구하게 된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자기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구애받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감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강조하는 교육이 학생들을 도와줄 수 없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학생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해줄 수는 있어도 학생들에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 (잠 9:10)”이라는 말씀처럼 대답해줄 수가 없다. 이러하다 보니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입시와 같은 단기적 목표에만 신경을 쓰게 되고, 학생들은 막상 대학에 진학해도 성경적 가치관이 없이 취업만 준비하게 되는 슬픈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취업한 후에도 그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척이나 분주한 삶을 살지만 그러한 삶이 얼마나 허무한지 알게 되는 것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얼마 전 3월 31일 자 조선일보에도 교육에 대한 칼럼이 게재되었다. “입시에 성공하려면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대치동 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빠의 관심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말이었다. 칼럼 내용을 보며 단기적 입시와 취업만을 강조하는 이러한 교육이 다음 세대에게 얼마나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아빠의 무관심’과는 반대로 학부모는 자녀들이 성경적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자녀들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이들이 나중에 하나님 안에서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와줘야 할 것이다.

필자가 기독교 대학에 재직하며 가장 많이 신경을 써서 학생을 지도하려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분주하게 바쁘게만 지내는 허무한 삶을 지양하고, 기독교인으로서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삶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지향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직장에서 일하더라도 구별된 자로서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내고 그로써 복음이 전해지는 귀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삶의 날 수가 제한된 이 인생을 다음 세대가 낭비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도록 필자는 오늘도 기도하는 바이다.

필자 소개: 송준석 교수(tsong@jbu.edu)는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2012년부터 존 브라운 대학(John Brown University)에서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역교회에서는 장로로서 현재 대학부를 섬기고 있다. 송준석 교수의 예전 칼럼들은 www.NextGenChristianEd.com을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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