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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살다 시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06 07:49

박인애 시인, ‘제26회 해외한국문학상’ 수상
“문학은 자기성찰, 남들에게 희망 주는 게 보람”

박인애(좌) 시인이 문효치(우) 한국문협 이사장으로부터 상장을 받고 있다.

박인애(좌) 시인이 문효치(우) 한국문협 이사장으로부터 상장을 받고 있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도피처’를 마음에 품고 살기 마련이다. 일상이 힘들 때, 혹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사람들은 그 ‘도피처’를 찾곤 한다.

그 ‘도피처’가 때론 술과 마약이 될 수도 있고, 때론 종교가 될 수도 있고, 때론 건전한 취미생활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도피처’는 말 그대로 잠시 숨는 곳일 뿐,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꿔주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도피처’가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바꿔주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삶 자체가 변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 달라스 한인사회가 낳은 동포 문인 박인애 시인이 바로 그 ‘도피처’로 자신의 삶을 바꾼 주인공이다.

박인애 시인은 등단 초기 글 쓰는 작업을 자신의 아픔을 끌어내는 도구로 사용했다. 박인애 시인은 글을 쓰고 나면 일종의 ‘고해성사’를 한 것 같아 힘든 일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박인애 시인의 초기 작품들이 어둡고,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치유 과정’을 통해 아픔을 다스린 박인애 시인의 작품은 점점 성숙해졌고, 자신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주변과 세상 일에 대한 고찰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성숙해진 박인애 시인의 작품을 알아본 것일까. (사)한국문인협회가 지난 5월 박인애 시인에게 ‘제26회 해외한국문학상’을 수여했다.

해외한국문학상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문인들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1년에 단 한 명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박인애 시인은 올해 5월 30일부터 6월 8일까지 영국 런던 크라운 플라자 히드로 호텔에서 열린 제27회 해외 한국 문학 심포지엄에 참석해 상을 받았다. 박인애 시인이 상을 받은 작품은 자신의 시집 <말은 말을 삼키고, 말은 말을 그리고>다. 이 시집은 박인애 시인의 활동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시를 선별해 엮은 책으로, 박인애 시인이 자신의 일상과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을 시로 표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초기에는 내 안의 아픔들을 끌어내기 위해서 시를 많이 썼어요. 그 때는 힘든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만약 문학을 안 했다면 어떻게 그 아픔들을 견뎌냈을 지 몰라요. 좋은 글을 쓰고 나면 누군가에게 고해성사를 한 것 같이 좋았습니다. 그 때만 해도 나에게 있어서 시는 일종의 도피처와 같은 존재였죠. 하지만 이제는 내 안의 아픔들도 희미해졌고, 주변과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은 해외한국문학상은 문인들 사이에서는 인정받는 상이다. 웬만한 문예지에서 시상하는 상이 10회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26년의 세월을 통해 해외한국문학상이 갖는 무게감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박인애 시인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국군장병들에게 위문편지를 쓰면 답장을 받는 유일한 학생이었을 정도로 글에 대한 재주를 타고 났다.

미국으로 이민 온 후 창작활동을 계속해온 박인애 시인은 등단의 필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문예사조’ 시 부문과 ‘제3의 문학’ 시 부문을 통해 등단했다. 모든 유형의 글쓰기가 좋았던 박인애 시인은 시 외에도 소설, 수필, 아동문학 부문에서도 등단했다.
박인애 시인은 힘든 이민생활을 하면서도 펜을 놓지 않은 이유가 문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세 가지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첫 번째 꿈은 자신의 시나 수필이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것이다. 단국대 국문과 박덕규 교수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동포 문인 12명을 선별해 그 들의 수필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여기에 박인애 시인의 작품이 포함됐는데, 단국대 국문과와 아카데미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정확히 ‘초·중·고등학교 교과서’는 아니지만, 누군가 문학을 배우는 데 교재로 사용된다는 점에선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두 번째 꿈은 자신의 시가 노래의 가사가 되는 것이다. 박인애 시인의 시 10편이 한국 가곡의 가사가 됐다. 작곡가들은 전·현직 음대 교수들이다. 박인애 시인이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는 시는 자신의 아버지를 그리며 쓴 ‘북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하지만 KBS 라디오 등 실제로 많은 전파를 타는 곡은 ‘눈물’이다. 모두 내로라하는 현직 성악가들이 부른 가곡들이다.

박인애 시인의 세 번째 목표는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것인데, 이를 놓고 고심 중이다. 박인애 시인이 신춘문예에 당선되려 한 원래 취지는 가장 권위 있는 무대에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문인으로서 제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평생 글을 쓰는 겁니다. 제 모토는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남고 싶다’에요. 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자기성찰’인 것 같습니다. 이름을 알리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일 뿐, 작품활동을 통해 자신을 깎고, 또 깎는 게 본질인 것 같아요. 문인으로서 일생에 좋은 작품 하나 남기면 세상을 위해 좋은 일 한 것 아니겠어요?”

박인애 시인은 수년 전 주간지에 연재했던 자신의 글을 읽고 용기를 얻은 한 독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는 한인이었는데, 죽고 싶도록 삶이 힘들던 터에 자신의 글을 읽고 희망을 얻었다며 자신에게 감사의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글이라는 게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도 쓰지만, 내 글을 통해 하나님이 나를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생각을 해요. 글을 나누면서, 또 그 글을 통해 누군가 위로 받고 희망을 갖는 것은 작은 나의 재주를 하나님께서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 하나 만으로도 저는 문인으로서 더 이룰 게 없다고 생각해요.”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남고 싶다’는 박인애 시인. 바쁜 일정에도 그녀가 매주 중앙일보 문화센터에서 문학강좌를 인도하는 이유도 문인으로서 받은 축복과 희망을 타인과 함께 나누고 시인으로 남고 싶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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