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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나를 찾아간 긴 여정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06 07:54

오정현 교수/존 브라운 대학교(John Brown University)

필자는 2003년 여름 유학생 아내의 신분으로 결혼 직후 아칸소주의 실로암 스프링스(Siloam Springs)라는 작은 도시로 왔다. 10년 이상의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아내로서 엄마로서 많은 고통과 배움, 그리고 성장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그 삶은 단순하였기에 하나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다.

개인마다 차이점이 있겠지만, 많은 장애요소를 가진 유학생 아내가 집 밖으로 나가 미국 지역사회에 속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내성적인 성격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고, 왜 용기를 내어 그 지역사회에 속해야 하는지 동기도 찾기 힘들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피할 수 없는 낯선 환경, 부딪칠수록 높아지는 언어의 장벽과 남편에 의지하는 삶이 나에게 주는 것은 커다란 우울함이었다.

미국 지역사회에 눈을 돌린 처음 동기는 미국에서 태어난 내 아이들이 주었고, 그 다음은, 왜 이방인으로서 이 낯선 땅에 거주하고 있는지의 답답함이 주었다. 만약 필자의 두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도 필자는 편한 집 안에서 편한 사람들과만 어울려 편한 모국어만 쓰며 미국 안에 갇혀 지내며 성장 없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처음 미국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시작은 미국 엄마들과의 성경공부 모임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느꼈던 이방인으로서의 여러 장애가 마치 항상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처럼 필자를 행동하게 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은 창피도 했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을 충분히 도와줄 만한 어른이란 사실도 다시 느끼게 되어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그 후로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기 시작하였고, 요청을 받을 때마다 항상 감사로 열심히 어디서든 봉사하였다. 미국 성경공부 모임들, American Heritage Girls, 학교 등에서 봉사하였고, 그것들이 많은 인맥도 만들어주어 내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임에서 섬김을 받는 입장으로 누가 필자에게 관심 가져주길 기다리며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는 것과 남을 섬기는 입장으로 바쁘게 타인을 섬기는 일은 언어의 미숙함이 주는 두려움을 뛰어넘을 만큼 차이가 컸다.

지역사회 봉사가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보람되고 활기차게 만들었고, 어느 시점에서는 필자의 달란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하나님이 주신 필자의 달란트는 미술인데 이것으로 어떻게 이타적인 삶을 사는지에 관한 의문이었다. 한국에서 고된 교육과정을 경험하며 대입이라는 단거리 목표를 이룬 후에 미술에 대한 모든 동기와 열정은 순식간에 사라져갔던 것 같았다. 결혼 후 미국에 와서 간간이 그림을 그려 여러 주가 함께하는 몇몇 대회에서 몇 번의 입상경력은 있었지만, 달란트를 어떻게 사용할지도, 계속 미술 활동을 해야 하는 지도 막막했다. 더욱이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해 고민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러던 사이 아이들도 엄마 손이 덜 가는 나이로 컸고, 필자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기독교 대학인 존 브라운 대학에 미술학석사(Master of Fine Art) 과정에 지원하고 입학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가정주부로만 지냈기에 생각지도 못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 후로 3년 과정 동안 책과 과제와 씨름하며 고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마침내 논문을 마무리로 졸업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경험한 어려움과 고통 만남 배움 하나하나가 모두 필자가 하나님의 일꾼으로 만들어지는 데 쓰였다. 또한, 석사과정을 통해 이 지역의 많은 비영리 단체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해 배우고,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들을 통해서 내 달란트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어떻게 쓰임 받을 수 있는지도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난 학기부터 존 브라운 대학에서 수채화와 드로잉(drawing) 수업을 가르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선생님이란 꿈은 단 한 순간도 꿔본 적 없었기에 이런 기회가 놀라웠고, 내가 준비되었을 때 하나님이 하나하나 열어 주시는 길들은 이해할 순 없었기에 더 신나고 신기했다. 그런 일들에 지나치게 많은 긴장은 됐지만, 하나님의 계획이었기에 두려움 없이 할 수 있었다. 논문 관련 프로젝트로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과 미술 활동을 함께 하였는데, 앞으로도 미술을 잘 접할 수 없는 환경의 아이들에게 어떤 미술 활동을 어떻게 함께 할지도 계속 연구 중이다.

내가 가진 달란트가 남을 위해 잘 쓰일 때 다른 이의 삶에도 선한 영향을 끼치지만, 이를 통해 내 삶의 목적과 의미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하신 이유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오셨던 것처럼 말이다.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각양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 (베드로전서 4:10).”

필자소개: 오정현 교수(EOh@jbu.edu)는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존 브라운 대학(John Brown University)에서 미술학석사(MFA) 학위를 받았다. 현재 존 브라운 대학의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오정현 교수의 작품은 www.evenamart.com을 통해 볼 수 있다.
오정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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