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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어머니 손발”, ‘어스틴 효녀 심청’ 박매순 씨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12 09:03

“엄마는 나의 힘, 나의 인생”
“길러주신 어머니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

박매순(좌) 씨가 어머니 강금단(우) 씨가 쓰러졌을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박매순(좌) 씨가 어머니 강금단(우) 씨가 쓰러졌을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기는 쉬워도 부모님의 큰 사랑만큼 자식이 부모를 섬기기는 어렵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나 옛말에도 항상 예외는 있다. 어스틴에 거주하고 있는 박매순 씨는 올해로 30년째 밤낮 없이 친정 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 효를 실천하고 있다.

2016년 어스틴 한인 노인회에서 효행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는 박매순 씨의 어머니를 향한 남다른 효심은 어스틴에서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알만큼 소문이 자자하다. 지난 10일(화) 본지는 박매순 씨와 만나 귀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그녀는 어머니와 보냈던 지난 세월과 본인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울고 웃으며 함께 자리한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 낮엔 시어머니, 밤엔 친정 어머니

1988년, 가족과 떨어져 미국땅에서 홀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박매순 씨를 방문한 그녀의 어머니는 처자식 없이 한국에 있는 형제들 보다 어렵게 살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한국 귀국을 포기한 채 30년째 박매순 씨의 곁을 지키고 있다. 당뇨를 제외하고는 줄 곧 건강한 모습으로 박매순 씨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어머니는 2년 전 중풍으로 쓰러지고 병실에서 꼬박 3일을 의식불명 상태로 지냈다. 그 후로 거동이 불편해 침상에 누워만 계신 어머니를 위해 박매순 씨는 매일 하루 6번 기저귀 바꾸며 목욕시키고 병원을 오가며 어머니를 모시기에 정성을 쏟았다.

친정어머니를 모시는 일만 해도 고단했을 법한데 박매순 씨는 1년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를 한 집에서17년 동안 함께 모셨다고 한다. 친정 어머니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두 분을 한 집에서 모시기가 벅차 시어머니를 위해 정부 아파트를 따로 얻어 드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말한 박매순 씨는 “친정엄마를 돌보느라 시어머니를 살피는데 정성을 많이 쏟지 못한 것 같아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 후로 낮이면 시어머니가 계신 아파트에서, 밤이면 친정 어머니가 계신 자가에서 박매순 씨는 하루를 꼬박 두 어머니를 모시며 지내왔다.

아직도 시어머니의 마지막 날을 기억한다는 박매순씨는 “시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에 더 아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쏟을 때 시어머니가 그만하면 충분했다는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다”고 그 날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 “엄마,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박매순 씨의 하루 일과는 새벽부터 일어나 어머니에게 따뜻한 우유 한잔을 챙겨드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8시 아침식사, 1시 점심, 7시 저녁 그리고 간식까지 본래 앓던 당뇨의 합병증으로 식도가 점점 얇아지고 악해져 정상적인 음식 섭취가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매 끼니를 이유식처럼 갈아서 준비한다.

그럼에도 박매순 씨는 “왜 진작 이렇게 우리 엄마가 누워 계시기 전에 엄마의 건강을 더 챙기지 못했을까. 그저 당뇨 약만 챙겨드리면 되는 줄 알았지 당뇨에 좋다는 음식 한번 못 챙겨 드리고, 끔찍이 좋아하시던 육회 비빔밥도 많이 못해드린 것이 후회스럽다”며 더 잘해드리지 못함에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를 보살피며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답한 박매순 씨는 병원 주차장 핸디캡 구역에 주차를 해도 혼자서 어머니를 들춰 업고 병원 안까지 이동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일전에는 병원 앞에서 어머니를 업으려다 어머니의 갈비뼈가 심하게 다쳐 3개월을 고생하신 적도 있다고 했다. 갑작스레 마주한 어머니의 건강 악화에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섭기만 했던 상황에도 박매순 씨는 “그동안 나를 위해 수 많은 고단함을 짊어진 엄마에게 이렇게라도 보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라며 깊은 효심을 드러냈다.

◇ 본받아야 마땅한 한국의 여인상

인터뷰를 위해 찾은 박매순 씨 댁은 온 종일 어머니 옆을 지키며 간병 해야 하는 집주인의 집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정갈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집 내부와 정원, 뒷마당이 눈길을 끌었다. 거동이 불편해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주로 침상에 누워 하루를 보내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지만 병간호부터 시작해 정원 손질 과 집안 살림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는 박매순 씨를 강춘자 노인 회장은 “본받아야 마땅할 귀한 한국의 여인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젠가 하늘의 때가 되면 놓아드려야 할 어머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아직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지 않다며 박매순 씨는 삼일 동안 의식 없이 병실에 누운 어머니를 두고 “이렇게는 가실 수 없다. 이렇게 가면 내가 어떻게 살수 있느냐?”며 엄마에게 효도할 시간도 없이 이렇게 보낼 수 없었다고 절규하고 기도한 끝에 지금의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엄마는 나의 힘이자 나의 인생”이라며 강렬한 한마디를 남겼다. 혹시 지금까지 낳으시고 길러주신 어버이 은혜를 늘 마음으로만 담고 감사하며 살아왔다면, 박매순 씨의 아름다운 효심을 본받아 부모님이 건강하게 살아 계실 때 조금 더 표현하고 사랑하는 어스틴 한인이 되길 바란다.

김민석·이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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