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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영 문학칼럼: 코디 (Cody)-2

아이들의 책임감을 기르는 좋은 기회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반려견 코디를 입양하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때 첫 번째 기대심리였다. 물론 코디의 양육을 뒷짐 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고대한 만큼의 반도 되지 않는 보살핌에 아들과 티격태격하는 날이 많아졌다. 결정적으로 코디의 주양육자인 아들과 나의 교육관이 너무나도 달랐다. 아들은 되게 엄격한 반면 나는 오냐오냐,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라는 스타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배변 훈련을 시작하면서부터 아들과 나는 서로의 양육방식을 고수하며 대립하기 시작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떠다니는 유용한 정보들을 습득하며 의견은 점점 타협점을 찾기 힘들어졌다. 셀 수 없는 많은 정보의 내용들은 큰 줄기는 일맥상통하였지만 세세한 내용은 저마다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과 나는 각자가 공부한 자료들을 읊으며 서로의 방식이 맞는다고 우기는 통에 밥을 주는 양을 정하는데도 삼일이 걸렸고, 밥을 주는 시간을 정하는데도 삼일이 걸렸고, 간식을 주자, 주지말자하며 또 삼일이 걸렸다. 말 못하고 주는 대로 받아먹는 강아지 코디보다 아들하고 실랑이하는 것이 더 힘들 즈음 옆에서 지켜보던 큰딸이 한마디 했다.
“엄마랑 현규랑 결혼했으면 아마, 아이들 키우다 이혼했을 거 같아. 엄만 아빠랑 결혼하길 잘했네.”
웃음이 터졌다. 그러게, 정말이지 아들 같은 타입의 남자를 안 만나고 별 간섭 없이 믿고 지지해주는 남편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또 누가 고집 센 아들을 데리고 살아줄지 미리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다.
아들과 내가 이렇게 저렇게 실랑이를 하는 틈에도 코디는 무럭무럭 자랐다. 밥의 힘보다 온 식구 다섯 명이 쏟아내는 사랑의 힘으로 두 달 동안 두 배가 자랐다. 분명 치와와랑 요크셔테리어 믹스인데 이 속도로 자라다간 세퍼트가 될 것만 같았다.

가장 중요한 배변 훈련이 끝났다. 아니 끝났다고 보기엔 가끔 패드 근처도 못가서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90%는 성공하니 끝났다고 봐줘야겠다. 이젠 좀 더 교육의 진도를 빼서 ‘앉아’라는 명령에 앞발을 세우고 털썩 앉고 ‘기다려’라고 하면 이리 오라고 할 때 까지는 움직이지 않고 기다려 준다. 또 ‘손’이라는 명령에 앞발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어라? 생각보다 똑똑한데? 마음 같아서는 점프도, 빵야~ 하면 데구르 구르는 동작을 하는 것도 가르치고 싶다. 여기저기서 본건 많아서 자꾸만 슬슬 욕심이 났지만 세가지 명령어만 따라도 훌륭하다는 아들의 말에 욕심을 내려놓고 복습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백신을 4개월이 되던 지난주에 모두 맞춰서 이젠 밖으로 나가서 맘껏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가족과 집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다가 밖으로 나가니 코디는 신나서 어쩔 줄 몰랐다. 기껏 가르쳐 주었던 ‘앉아’는 귓등으로 듣지도 않고 촐랑촐랑 뛰어다니기 바빴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멍멍 짖기 시작했다. 좋다는 건지 싫다고 경계하는 건지 반려견 초보 보호자인 나는 매번 헷갈렸다. 이젠 어디 가서 강아지 좀 키워봤다고 자만하려던 차에 또 하나의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산책할 때 짖지 않기, 혼자 맘대로 달리지 않기, 주인 말에 복종하기.



코디의 양육이라는 미명하에 옥신각신하던 아들과 나는 두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타협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우선 코디를 사랑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한 방법의 차이를 대화로 좁혀서 코디가 헷갈리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하나의 명령으로 만드는 것에 두 사람이 합의하기 시작했다. 타협의 시작과 마무리는 언제나 대화였다. 문득 돌아보니 아들과 나의 대화는 컴퓨터 게임을 하지마라 더 하겠다, 공부 좀 해라 나중에 한다...라는 주제에서 코디의 양육이라는 건전한 주제로 바뀜과 동시에 시시콜콜 이야기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아들과 막내딸도 코디와 같이 산책을 하며 서로가 훌쩍 가까워졌다. 코디는 여전히 멍멍거리며 장난을 치고 똥오줌 가리는 걸 실수하면서도 우리 가족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디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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