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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1000명 한인상점 살리기 나섰다

흑인들 단체로 ‘와와마켓’ 주류 판매 지원
서명 운동 동참, 시 회의 참석해 지원 사격

사우스 달라스의 흑인들이 이웃의 한 한인 상점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1,000여명의 흑인 주민들이 이 편의점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주류를 팔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며 서명했다.

그중 30명은 직접 시를 찾아가 이 상점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 지역의 흑인 주민들은 커뮤니티를 위해 꼭 이 상점만은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감동 사연의 무대는 이스트 오크 클리프(East Oak Cliff)에 위치한 ‘와와 마켓’(WaWa Market)이다. <편집자주>

지난 14일 와와 마켓을 찾았다. 흑인 손님들이 제법 있다. 몇몇은 테이블에 앉아 로또 번호를 체크하고 있다. 가게의 주인인 이재열(36) 씨가 나타나자,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악수를 하고, 주먹을 부딪치며 살갑게 인사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 씨가 이들 중 상당수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인 주인과 흑인 손님들의 거리는 가까웠다.

‘Wet’ 조닝 변경은 생존 문제



사실 이 씨 가족이 이 가게를 인수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현재 이 씨의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이 함께 와와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에서 이주한 이들은 지난해 9월 허름한 이 편의점을 인수했다. 그들이 본 것은 ‘가능성’ 하나였다. 그 후 가게는 180도 바뀌었다. 주차장을 새로 포장하고, 외관은 물론 지붕도 깔끔하게 바꿨다.

내부도 바닥 공사와 조명 교체로 화사하게 만들었다. 이 가게의 오랜 단골손님이라는 잭슨 리 씨에 따르면 이 가게가 들어선지 50년 만에 이렇게 깔끔하게 편의점을 운영하는 것은 이재열 씨가 처음이란다. 주변의 다소 지저분한 가게들과는 분명 차별화된다.

하지만 문제는 매출이다. 바로 길 건너편의 허름한 가게는 술을 파는데, 와와마켓은 주류를 팔 수 없어 매출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이 씨의 아버지인 이민형(63) 씨는 “이 가게를 인수하고 나서 계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단 하나. 주류를 파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상점의 절반과 전체 대지 면적의 20%는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 지역에 속해 있다. 술을 팔 수 있는 ‘Wet’ 지구로 조닝(zoning) 변경을 해야 하는 것이다.

흑인 지원 엎고 주류판매 눈앞에

이 씨는 달라스 시에 자신의 상점을 주류 판매 존(zone)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CPC(City Plan Commission) 회의에서는 10대 2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흑인 이웃들이 발 벗고 나서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1,000명의 고객들이 이 가게에서 주류를 팔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서명했다. 지난 3월 1일 열린 CPC 회의에서는 흑인 고객 30명이 참석해 와와마켓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때 참석한 한 흑인은 “반대편의 지저분한 가게는 술을 팔게 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와와마켓에서는 술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열변을 토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모앤나 케네디 씨는 “서로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가게를 지지하기 위해 회의에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CPC는 이 상점에 주류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와와마켓의 주류면허 업무를 맡고 있는 유수정 씨는 “이렇게 흑인들이 단체로 나서 한인 상점에서 주류를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관계를 잘 쌓아오신 것 같다. 흑인들 보다 주인이 더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제 조닝 변경은 마지막 관문인 시의회 결정만 남았다. 시의회는 오는 4월 11일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흑인 이웃들이 단합해 나선 만큼 통과는 확실시 된다. 이 씨에 따르면 빠르면 오는 여름부터는 와와마켓에서도 주류를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웃에 꼭 필요한 곳”

흑인들이 단체로 이 가게를 지원하고 나선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이 상점이 주변의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 가게에서 한 블록 거리에 사는 도널드 크룩 씨는 “이 가게가 커뮤니티를 개선시켰다”고 추켜세웠다. 사실 이 씨 가족은 쓰러진 가게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전문이다. 이민형 씨는 “지금까지 4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했는데, 모두 허름하고 쓰러져 가는 가게를 인수해 새롭게 부활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허름하고 지저분한 것은 못 보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웃에 처음으로 들어선 깔끔한 상점을 흑인들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자신들을 친구와 가족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이재열 씨는 “95년부터 흑인 고객들을 상대해 왔다”며 “친절하게 가족처럼 대하며 그들도 나를 가족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의식중이라도 무시하는 투로 말하면 바로 알아차린다”고 밝혔다. 가게 바로 뒤편에 사는 잭슨 리 씨는 “나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가게가 매출을 높이기 위해 술을 팔아야 한다면 모조건 지지하고 찬성한다. 그만큼 와와마켓은 우리 이웃에 필요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 가게 주인들은 정말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웃 되는 것, 화해의 실마리

이 가게와 5마일 떨어진 사우스 달라스에서는 한 무리의 흑인들이 한인 주유소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와와마켓’과 흑인 이웃의 감동 스토리는 사우스 달라스 사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한인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객과 손님을 넘어 ‘이웃’이 되는 것. 바로 ‘화해’의 실마리다.


함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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