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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Me too’는 역지사지로 해결

역지사지의 사전적 의미는 처한 위치를 바꾸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보통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공감을 표할 때 “나도 그래(Me too), 너도 그래(You too)?”라는 말을 한다. 이는 곧 남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역지사지의 자세이기도 하다.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성폭력을 고발하고 척결하려는 공감의 태그 #me too와 #You too’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맡고 있는 한국학교 중등반 청소년들에게 Me too에 대해 물었다. 아이들의 답은 간단하지만 확실했다. 남녀 구분없이 성적인 접촉으로 당한 사람이 불쾌하고 더럽다고 여기면 성추행이고, 이게 더 나아가면 성폭력과 성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이치에는 맞는 말이지만 아이들에게 현실은 또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줬다. 상급자와 하급자, 선배와 후배, 그리고 가족에 대한 가장으로의 책임감, 점수를 주고 받는 관계 등 뭔가 이익과 손해를 나누는 이해 관계가 얽히면 비참하지만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한고 설명했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그동안 본의 아니게 나 역시 상처를 입힐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선생님이라고 여학생이고 남학생이건 상관없이 너무나 이쁘고 기특하면 머리나 볼을 마구 쓰다듬고, 아이들과 손잡고 다니고, 말타기도 하고, 닭쌈도 하고, 우리반이 왕창 깨진날은 서로 부등켜 끌어안고 울었던 나를 모습들을 돌이켜본다.

특히 할머니가 되어가는 나이라 세상사에 조금은 편해져서 그런지 가끔 나도 모르게 사랑스런 우리반 학생들에게 “아이고 우리 똥강아지들 잘한다”하면서 꼬옥 끌어 안으면 되레 아이들이 “선생님, 우리는 한국적인 정서가 있어서 괜찮지만 미국 학교에서는 이런 일들이 큰 일이 될 수도 있어요”라며 알려준다. 그러면 나는 “미국에서 교사를 하려면 학교에 올 때 정이랑 자존심은 집에다 두고 와야겠구나”라며 멋쩍은 탄식만 내뱉았다.



사실 모든 일에 논리적이고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사고방식으로 사는 데도 나름대로의 장단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내가 학생들에게 어떠한 의도없이 순수하게 품었던 그런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거나 혹은 존경하는 어른, 동료가 신체적인 접촉을 해주면 그것은 따스한 사랑이 될 수도 있고 또 더 용기내어 발전하는 동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학교 다닐 때 할아버지 같은 국어 선생님께서 나의 반짝이는 눈웃음과 보조개가 예쁘다며 내 볼을 당겨주면 더욱 칭찬받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그렇게 해서 제출한 내 글을 읽으시고 어깨를 토닥이며 잘했다는 말과 함께 내 손을 살포시 잡아주시면 또 더욱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가가 되리라 다짐했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옛말처럼 어디에 쓰이는지 어떻게 해석하는지 명확하게 정해진 틀이 있지 않은 일들은 각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내가 하는 행동이 Me too가 되어 돌아올지, 내 아내와 내 딸이 You too 할지는 나 자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항상 역지사지, 반드시 행동하기 전 입장을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박명희/VA통합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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