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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늘리는 에너지관리 5]선택의 풍요로움이 주는 불이익

윤필홍 / LifeLesson123
윤필홍 / LifeLesson123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5/17 10:42

아무도 모르게 나의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도둑이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내가 가진 에너지와 생산성을 온종일 뺏어갑니다. 대부분은 느끼지도 못할 만큼 조용히, 하지만 우리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던 시간과 에너지를 훔쳐갑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도둑은 바로 우리가 가진 선택의 풍요로움입니다. 선택의 자유는 참 좋은 것이며 각자의 개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지요. 그래서 누구든 포기하기 싫어합니다. 하지만, 선택의 폭과 종류들이 갈수록 많고 복잡해지기는 오늘날엔 현명하게 대응할 방법을 미리 준비해 놓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시간과 생산성을 뺏기게 됩니다.

늘어나는 선택의 횡포
많은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지요. 적은듯한 것이 더 나을 때도 많은데, 그중 하나가 선택입니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홍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선택의 폭과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우리의 부모세대와 비교한다면 정말 엄청난 양의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알지도 못한 채 빼앗기는 것입니다.

2004 년에 출간된 선택의 역설 (The Paradox of Choice: Why More is Less)에서 저자 Barry Schwartz는 옵션을 많이 고려할수록 구매자의 후회도 커지고, 옵션이 눈앞에 많을 때의 궁극적인 결과는 오히려 덜 충족적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는 반대이지요? 선택의 폭이 넓으면 내 맘에 쏙 드는 것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후회와 불만족이 더 높아진다는 정말 역설적인 논리입니다.

1950년에 심리학자 Herbert Simon은 최고의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선택의 기준을 정해놓고 가장 좋은 선택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덜 만족감을 느낀다고 발표했습니다. 신기하죠? 가장 좋은 선택을 내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의 만족감이 오히려 더 떨어진다는 것이요. 그냥 결정 기준만 만들어 따르면서 최고의 선택에 집착하지 않는 이들의 만족도가 더 높다는 논리가 처음엔 저에게도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생각해 볼수록 더 옳을 수 없는 말인 것 같아요.

슈퍼마켓에서 하루는 고객에게 6가지 잼을 맛볼 수 있게 했고, 다른 날에는 24가지의 잼을 맛볼 수 있게 했었는데요. 고객에게 6가지 선택을 주었을 때가 24가지를 주었을 때보다 10배나 더 많이 팔았다고 합니다. 저라도 6개 중에 내 입에 맞는 하나는 고를 수 있지만, 24개를 다 비교해 본다면 뭐가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도 못 할 거니까 결국 한참 애쓰다 포기할 것 같아요. 구매 후에도 선택이 많았던 고객은 혹시나 하는 미련 때문에 만족감도 더 낮다고 해요.

찾아보면 이런 연구 발표내용들은 꽤 많습니다. 결국, 선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결정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고, 이때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때론 그 이상으로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옵션이 많아도 꼭 내 맘에 드는 것을 여전히 찾기 어렵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옵션이 많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지고, 그 높아진 기대치를 결국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요즘 많은 사업가나 전문인들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선택 폭과 결정기준을 단순화시켜서 해야 할 일에만 정신력을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그 많은 옵션을 하나하나 다 이해해서 비교하는 것 또한 불가능 한때가 많아져서 더욱 스트레스와 불만족이 쌓이기 쉽습니다.

선택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
요즘은 별것 아닌 영역에서도 말이 안 될 만큼 선택의 횡포가 심해졌습니다. 선택하기 위해서는 그 차이나 혜택 등을 이해해야 비교할 수 있는 것인데,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엄청난 두뇌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어요. 일반인의 경우, 충분히 생각해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은 하루에 200건 정도라고 합니다. 결국, 200건의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날은 뇌가 해야 할 임무를 다 수행한 것이고 더는 예리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단 30초라도 내가 선택을 내리기 위해 옵션을 고려한다면, 다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의지력과 주의를 그만큼 써버린 것입니다. 우리의 집중력, 주의력과 사고능력은 무한한 것이 아닌 것은 아시지요?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한다고 다 외워지는 것도, 컴퓨터 앞에서 종일 자판을 두드린다고 제대로 일을 수행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결정 능력과 힘을 슈퍼마켓에서 치약을 고르는 한 가지에 5분, 10분 소비해 버린다면 어떻겠어요? 당치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서 매일 살아갑니다. 진열 선반에 우리의 눈길을 당기는 다양한 치약 브랜드, 내가 애호하는 또는 은근히 끌리는 새로운 향, 튜브나 용기의 모양이나 색상, 치수나 패키지 디자인, 치아 건강을 위한 특별 기능과 마케팅 메시지, 거기에, 가격, 할인 쿠폰까지 모두 비교해서 결정하는 것이죠. 단순히 몇 가지를 놓고 고를 때보다 선택이 많을 때 나의 두뇌에 주는 부담이 절대 작지 않습니다.

항상 따라다니는 집요한 선택 질문
피하고 싶어도 남이 집요하게 선택을 강요하기도 해요. “어떤 메뉴로 하시겠어요?”, “닭고기나 쇠고기 추가해 드릴까요?”, “어떻게 익혀 드릴까요?”, “무슨 소스를 원하세요?”, “여기서 드실 건가요, 가져가실 건가요?”, “크루통도 드릴까요?”, “현금으로 아니면 카드로 내실 건가요?”, “종이나 비닐봉지 중 어디에 담아 드릴까요?”, 내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해야 할 질문이 항상 나를 따라 다닙니다. 현대인들은 일을 안 해도 당연히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의 업무 능력을 빼앗는 사소한 선택항목
별거 아닌 거에 신경을 다 써버리면, 중요한 일에 사용할 결정 능력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아침에 옷을 입는 선택에서도 누구는 1분 안에, 다른 이는 30분 이상도 소비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어떤가요? 바지나 셔츠 몇 장 중에서 고른다면 단순하지만, 그날 날씨와 일정을 핸드폰으로 확인하고, 만날 사람이나 가야 할 곳 등을 고려한 후 옷장에 걸려있고 선반 위에 차곡차곡 접어놓은 셔츠, 바지 스타일, 색상 등에서 맞추려면 아침부터 두뇌의 힘을 왕창 쏟아 버릴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것처럼 수용할 수도 있지만, 이런 데 쓰는 관심과 에너지는 실로 장난이 아닌 수준이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활의 많은 영역에서 선택의 폭을 현명하게 줄이면, 만족감, 판단력, 그리고 경쟁력을 치솟게 할 수 있습니다. 기대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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