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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어제가 음력으로 한해를 시작하는 설날이었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동요가 있다.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현재 60세를 중반을 넘은 사람이라면 귀에 익은 노래가사다. 1924년에 윤극영 선생이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 경쾌한 동요다. 그러나 이 동요에 가사인 까치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한마디로 설날의 전날인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 하고, 이날 “까치 까치 설날은”하는 동요를 즐겨 불렀던 것이다. ‘까치’하면 흔히 “까악∼깍”하고 울어대는 새가 떠오르지만, 까치설을 조선시대에는 ‘아찬설’이라고 했다. ‘아찬’이란 ‘작은’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그래서 ‘아찬아들’이라고 하면 작은 아들, 즉 조카를 가리킨다. ‘아찬설’하면 ‘작은설’이라는 뜻이다. 그러던 것이 ‘아찬’이란 말이 차츰 ‘작은’이란 뜻을 잃어버림에 따라 ‘아찬’이 ‘아치’로 변하여 ‘아치설’이 되었다.

그리고 ‘아치’가 ‘까치’와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엉뚱하게 ‘까치설’로 바뀐 것이다. 사전적 의미는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한 해의 시작인 정월 초하루인 ‘설날’도 중히 여겼지만, 또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섣달 그믐날도 중히 여겨온 것을 관련 풍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요즘 예전과 같은 풍습은 별로 지켜내려 오지 않지만, 지금도 섣달그믐을 ‘설날’에 대비 하여 ‘작은설’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전통 풍속에 의하면, 12월 말일인 섣달그믐은 한 해의 마침으로서 각 가정 에서는 새해의 준비와 한 해 동안 있었던 거래를 청산하는 일로 바빴던 날 이었다. 밤중까지도 빚을 받으러 다니는 이도 있으나, 자정이 지나면 정월 대보름날 까지는 독촉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묶은 것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를 담아 ‘작은설’로 여겨 지켜 내려왔던 것이다.



‘설’은 순수한 우리말로 ‘낯설다’라는 말의 어근인 ‘설’에서 그 어원을 찾는다. 그래서 설날은 ‘새해에 대한 낯설음’이라는 의미와 ‘아직 익숙하지 않는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설날’도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 말살 정책’에 의하여 세시명절마저 수난을 겪게 된다. 그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떡방아간을 강제로 문을 닫게 하고 새 옷을 입고 나오는 어린이들에게 먹칠을 하는 사례가 허다 했다. 양력설을 주장하는 명분은 ‘문명한 나라에서는 모두 양력을 쓴다’, ‘음력은 비과학적 이고 ‘음력은 미신이다’라고 하면서 일제강점기와 마찬가지로 음력설을 쇠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1970년대에는 증산과 수출, 성장과 발전이라는 명분과 이중과세라는 이유 로 구정을 공휴일로 인정하지 않고 대신 신정을 법정 공휴일로 제정했다. 하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음력설을 고수했다. 정부의 시책은 음력설을 양력설로 바꾸 는데 실패하고 1989년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날’로 다시 부르고 공휴일로 정해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어찌 생각하면 새로운 해에 대한 세시 풍속은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한해 한해를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고 싶은 절실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까치’같은 작은 행복에도 만족하며 살아보도록 하자.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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