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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세 생일잔치 유정유 할머니 “미국 이민사 살아낸 보통 사람”

“한국 현대사와 미국 이민사를 살아낸 보통 사람입니다”
메릴랜드주 최고령 한인

한국의 근현대사와 미국의 한인 이민역사의 산 증인 유정유 할머니가 108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난 3일 콜롬비아 소재 골든 타임 요양원(원장 전유정)에서는 유정유 할머님의 108세 생일잔치가 가족과 이웃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다.

전유정 원장에 따르면 할머니의 공식기록상 생년월일은 1914년 3월 5일. 그러나 대다수의 한인 어르신들의 경우처럼 유 할머니의 경우도 호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어리다. 1900 년대 초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여아를 호적에 바로 올렸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전쟁 후 남하한 사람들의 호적이란 대부분 기억에 의존하기 마련이어서 정확도는 더 떨어지고 만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을 거쳐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미국에 거주하며 요양원에 왕래하는 가족으로는 손자 김기환씨와 손부 김미정씨 및 그들의 자녀들이 유일하다. 할머니는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으나, 두 딸은 앞서 작고했고 입양했던 아들은 연락이 두절됐다. 김기환씨의 어머니이자 할머니의 차녀가 할머니를 80년대 초 미국으로 초청한 장본인이다. 김 씨는 “할머니는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자세한 언급은 피했지만 전쟁 후 가난하고 못 사는 나라의 평범한 국민들이 겪은 형언할 수 없는 고생은 유 할머니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해진 청력을 제외하면 할머니는 의사소통이나 기억력에도 문제가 없고 무척 건강하신 편이라고. 손부 김미정 씨와 전 원장은 장수와 건강의 비결에 대해 “식사를 잘 하시고 부지런 생활습관”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실제로 할머니는 계단을 오르내리실 때 약간의 부축이 필요할 뿐 스스로 거동하신다. 김기환씨는 “할머니가 전 요양원에서 옮겨 오실 때 건강이 좋지 못하셨다. 여기 오셔서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기에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전 원장은 “할머니를 13년 째 모시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할머니는 소중한 분이다”라고 말해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잔치에는 직계가족보다 ‘이웃’들이 더 많이 모였다. 로럴한인침례교회 김성용 목사 및 성도들이 그들이다. 할머니의 증손자들에겐 처음 만난 목사님의 설교와 이웃들의 축복이 또다른 경험과 감동을 주었다. 김기환 씨는 “할머니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뿌리 의식’을 심어준 것 같다. 실제로 막내 딸은 학교 프로젝트로 ‘할머니의 생’을 조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20세기와 21세기를 아우른 유정유 할머니의 108세 생일 잔치는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는 삶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정체성과 역사의식의 바탕이 되는 ‘특별한’ 현장이었다. 생일 소원을 묻는 질문에 할머니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몰라”라고 답해 모두에게 소소한 웃음을 선사했다.

한편, 기네스북 기록에 따르면 지난 1월에 113세를 일기로 작고한 일본의 마사조 노나카씨가 세계 최고령자였다. 그 다음의 최고령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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