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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소주와 평양소주 맞짱뜨면?

발행인 칼럼 < 김 영종>

북한의 대표소주인 평양소주가 곧 미국에서 판매된다는 소식이다.
평양소주의 미국수입을 맡은 뉴욕의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대표 박일우) 측은 "평양소주가 지난22일 미국에 도착해 통관과 검사등 수입절차가 끝나는 대로 다음주 초쯤부터 시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양소주의 도매가는 상자당 90~100달러로, 식당등에서는 병당 10~12달러 정도에 판매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운송비용 문제로 당장은 뉴욕 인근지역에서만 판매 계획이 짜여 있지만, 애주가들의 반응만 좋으면 서부지역 판매도 시간문제일 뿐이라는게 업계 종사자들의 분석이다.

평양소주가 콜로라도 덴버에 들어오면 덴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진로소주(참이슬)와는 어떻게 될까? 이를 예측하기 위해선 우선 이 두가지 술이 원료에서 부터 제조방법에 이르기까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평양소주는 북한에서 다량 생산되는 강냉이가 주원료로 술제조의 국제기준인 발효,증류과정을 거친 술이다.
때문에 강냉이의 맛과 향이 살아있는게 특징이다.
알콜농도는 진로보다 2도 높다.

반면 진로소주는 주정(99.9% 에칠알콜)이 주원료로, 인공감미료를 넣고 알콜농도를 '희석' 시킨 후 고도의 기술로 맛과 향을 낸 술이다.

때문에 2년마다(홀수 해)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리는 세계주류박람회에 평양소주는 전시돼도 진로소주는 출품자격조차 없다.
진로가 국제기준인 발효,증류 과정을 거치지 않아, 박람회 주최측에서 볼 땐 원료성분이 살아있지 않은 단순 에칠알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희석식 소주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술로 1960년대 초 박정희 정권에 의해 탄생됐다.
보릿고개로 국민들이 배고픔에 시달리던 시절, '그 귀한' 쌀로 막걸리와 소주를 빚어 마시는걸 보다못한 박정권은 절묘한 아이디어를 냈다.

태국등 동남아에서 흔하게 자생하는 검지손가락 굵기의 절간(잘라서 말린) 고구마를 완전 헐값에 수천, 수만톤씩 배로 들여와 99.9%의 에칠알콜을 뽑아낸후 거기에다 물을 타서 술을 만드는 것이었다.
소위 '희석식'이다.

이것이 히트쳤다.
고된 노동,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 농민들은 값싸게 취할 수 있어 좋았고, 박정권은 집권내내 소주값만은 절대 못올리게 했다.

1993년 쌀수입 개방으로 쌀이 남아돌자 김영삼정권은 진로 보해 금복주등 국내 10개 소주회사에 '비싸도 제대로 된 쌀소주' 생산을 지시했다.
소주회사들은 좋아라며 '정말로 괜찮은 소주' 만들기에 앞다퉈 나섰다.
그런데 웬걸. 이상하게도 고급 쌀소주가 애주가들로부터 곧바로 외면 당했다.

아뿔싸! 애주가들의 입맛이 그동안 싸구려 희석식 소주에 철저히 길들여졌던 것이다.
술은 기호품이기 때문에 한번 길들여진 입맛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상식이 그땐 화제가 됐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평양소주가 한국에 상당량 수입됐으나 재미를 못보고 슬며시 퇴각한 적이 있다.
뭔가 '쿰쿰'하고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게 애주가들의 반응이었다.
제대로 된 원료와 제조공법을 사용하고도 기술력이 못따랐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소주회사들의 기술력은 세계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인기있는 '산'은 여름 휴가철 속초 대포항에서 찌푸리며 마시던 '경월소주' 고, '잎새주'는 목포의 '보해소주'다.
'참이슬'과 전혀 차이를 못느낄 정도로 좋아졌다.

북한 소주회사의 기술력이, 우리 애주가들로 부터 외면 당했던 1988년 이후,과연 얼마나 향상됐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평양소주는 품질이 썩 향상됐다 해도 미주 한인타운에선 반짝 히트로 그칠 공산이 크다.
한번 길들여진 술맛은 좀처럼 바뀌려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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