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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어머니 날'-도로 찾아오자

<발행인 칼럼> 김 영 종

'다팔다팔 다팔머리, 해저믄듸 어데 가노 / 북망산천 울 엄마, 젖묵으러 나는 간다' 
제목은 '다팔머리'-. 작자와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짧지만 가슴 뭉클한 상황이 응축된 2행 시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팔다팔~' 날리는 걸로 보아 주인공은 8~9살쯤의 여자 애다.
계모한테 구박받고, 뒷산에 묻힌 엄마가 너무 생각나, 어른들도 혼자걷기 겁내는 해저문 뒷산길을 꼬마 애가 걸어올라 간다.

이 시의 주제는 바로, 태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 '엄마의 크기'다.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만든 김민기에 의해 2행이 16행으로 늘어났다.
'타박타박 타박네야~너 어드메 울며가니~ '로 시작하는 서유석이 부른 '타박네'가 그것이다.
크게 히트쳤다.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도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섣달 그믐밤 맨발의 성냥팔이 소녀가 매섭게 찬바람 몰아치는 빌딩계단에 앉아 못팔은 성냥에 불을 붙인다.
성냥을 그어댈 때마다 불꽃 속에서 환상이 펼쳐진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 생일 케익, 그녀를 사랑해 준 할머니가 나타난다.
마지막 한개비 성냥에 불을 붙였을 때 하늘에서 환한 빛이 내려오고, 소녀는 빛을 따라 올라가는 할머니를 꼭 붙들고 죽은 엄마를 찾아 하늘 높이 솟는다.

이튿날 아침 소녀는 길모퉁이에 얼어죽어 있었다.
소녀를 발견한 행인들은 깜짝 놀란다.
꽁꽁 얼어죽은 소녀의 얼굴이 미소를 띄고 있었던 것이다.
-
  '엄마와 함께' 있기에 얼어 죽어가면서도 행복한 얼굴을 보인, 전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 적신 작품이다.

  세계 인구는 60억명에 달한다.
그중 가장 가까운 이는 누가 뭐래도 어머니다.
아이들은 제아무리 아빠를 더 좋아해도 위기의 순간 "엄마!" 하고 소리치지 결코 "아빠!"하며 소리치지 않는다.

늙어 죽을 때도 마찬가지다.
'회심곡' 끝자락에 잘 나타나 있다.
임종직전 타들어가는 괴로움에 절규하는 모습을 "찾느니 냉수요, 부르느니 오마니(어머니)"로 표현하고 있다.

오월이면 먼 곳에 계시는 어머니가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많다.
'어머니 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인가? '어머니'는 사라지고 '어버이' 날로 바뀌었다.
왜 그렇게 됐을까?
'어머니'와 '어버이'는 뜻이 전혀 다르다.
어머니는 세상에 단 한분, 나를 낳아주신 분이다.
그러나 어버이는 아버지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큰아버지, 큰어머니등에 이르기까지 직계 웃어른 모두가 포함된다.

'어머니 날'은 1910년경 미국의 한 여성이 생전의 어머니가 카네이션을 좋아해 어머니 기일에 교회에서 카네이션을 나눠준 데서 유래한다.
그 후 1914년 28대 윌슨 대통령이 5월의 두번째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정한 것이 시초다.

 한국 땅엔 1956년에 건너왔다.
당시 화제가 만발했다.

"그럼 아버지 날은 없는거냐? 왜 없냐?" "아버지 날은 1년 365일이 맨날 아버지 날인걸, 뭘 따로 둬?"
아버지는 하고싶은것 다 하며 사는 사람, 어머니는 평생 희생속 고생만 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이 이들 대화밑에 깔려있다.

초기 '어머니 날' 속엔, 가여운 어머니를 하루만이라도 즐겁고 기쁘게 해드리자는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후 매년 이날 국민학교 정문앞엔 카네이션 장사들이 진을 치곤 했다.

그런데 '어머니 날'이 '어버이 날'로 바뀌게 된 경위가 좀 공교롭다.
1974년 8월15일 광복절 행사장에서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흉탄에 숨진후 전국 방방곡곡 모든 공식행사에서 명칭이 본격적으로 바뀌었다.

세간에선 근혜,근영,지만 남매가 너무 우울해 할 것같아 '어버이 날'로 재빨리 바꿨다고 수군댔다.
세 자녀의 가슴속 가득 자리하고 있는 '육여사의 크기'를 줄이려한 시도였다는 것. 박정권의 서슬이 시퍼럴 때여서 그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뭉뚱그리면 상징성이 현저히 약해진다.
'어린이 날'을 '어린이 및 청년의 날'로 바꿔놓고 보면 자명해진다.

"용어가 뭐 중 요하냐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라고 할지 모르지만 천만에다!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렇다.

어찌됐든 '어머니 날'이 갖는 애틋함과 상징성은 '어버이 날'이란 용어와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오월이면 먼데 계시는 어머니 생각에 더 가슴 저미는 데가 이민사회다.
새삼스럽게 '직계 어르신들 모두를 뭉뚱그려 공경'하느라 '어머니의 크기'를 줄일 일이 아니다.

우리 가슴속의 '어머니 날' 되찾아 오자. 예전처럼 어머니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자. 하늘나라 어머니께는 하얀 카네이션을 보내 드리자.
 내일 모레는 5월8일 '어머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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