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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잎 띄우니 마음까지 향기롭다

장미·레몬그라스차는 노화방지에 효과
베고니아·팬지듬뿍 넣은 꽃샐러드 별미

◆시골 정취를 누리는 비비안의 텃밭 탐방기

텃밭 취재를 가는 날은 언제나 즐겁다. 도심에 살면서 손바닥만 하더라도 전원을 꿈꾸는 삶을 마주하는 일은 쉼표 하나를 가슴에 새기게 한다. 봄이면 새싹을 틔워 연한 아기 잎들을 키워내고, 뜨거운 태양의 빛줄기가 밭을 훑고 가면 조롱조롱 열매들이 반들거린다. 생명의 존귀함과 신비로움을 날마다 바라보는 눈가에 욕심이 한가득 일 리 없다. 먹는 것에 대한 탐심도 자연스레 군살을 줄인다. 그런 여유있는 일상을 만나는 시간.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봄 햇살이 탐스럽게 영그는 날, 부에나파크 비비안 리씨의 뒤뜰을 찾았다. 텃밭과 꽃밭과 과실수 구역이 나뉠 정도로 넓어서 깜짝 놀랐다. 자그마한 집 뒤꼍에 이렇게 넓은 마당이 있다니.

"은퇴 후에 집을 옮기면서 집은 작더라도 무조건 마당이 넓은 시골 같은 집을 찾았어요. 이 마당을 보는 순간 두 말 않고 제 집으로 정했답니다. 자연을 일구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되기에 충분한 곳이었으니까요.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이것이 내 잡(job)이다'란 마음으로 텃밭을 일구었어요. 몇 년이 지나니 이젠 가짓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조롱조롱 생명들로 꽉 찼네요 하하." 자꾸 보잘 것 없다고 말하면서도 뿌듯함으로 가득 찬 비비안씨의 눈매가 활짝 웃었다.



그의 주종목은 '꽃차(花茶)'. 화원에 가득한 꽃들을 따서 잘 말리고 차를 만든다. 그래서 그의 텃밭이 특별한 이유다. 마당이나 거실 탁자 위에 빛깔도 고운 꽃들이 하늘하늘 누웠다. 주황빛의 한련화, 붉고 노란 장미꽃잎들, 상큼한 향의 레몬그라스. 꽃차를 직접 만드는 광경을 본 적이 없어서 정말 신선했다. 다수의 책과 매체를 통해 다분히 익힌 지식으로 비비안씨는 꽃차를 정성스레 만든다. 꽃차 방에 가득한 차들과 용품들을 보면 연구실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여자들이 갖고 싶은 로망이 그 작은 방 안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저희 언니가 큰 병을 얻어 고생하는 것을 보고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수년 전부터 직접 가꾼 채소들 위주로 식사를 하고, 꽃차로 여러 가지 증세도 다스리고 있죠. 차만 제대로 마셔도 성인병을 다스릴 수 있어요. 저는 특히 장미차를 즐겨 마시는데, 장미차는 여성에게 참 좋아요. 비타민C도 풍부하고 안토시아닌이 많아 노화방지에도 효과적이죠. 피부도 맑게 해주고, 우울증에도 도움이 됩니다. 새콤한 레몬그라스와 섞어서 차를 만들면 머리를 맑게 하는 효과도 추가됩니다. 꽃차를 만들 수 있는 꽃들로는 베고니아, 팬지, 재스민, 한련화, 패션플라워, 국화, 신선초, 칼렌줄라, 수세미 등이 좋습니다." 꽃차에 대한 얘기가 이어지면서 비비안씨의 얼굴에 힘이 넘쳤다.

꽃차를 만들 때는 처음 피는 꽃은 잘라내고 그 다음부터 피는 꽃을 사용한다. 매연이나 먼지 때가 잘 타지 않은 꽃봉오리를 따서 꼭지를 떼고 3등분으로 자르면 작은 꽃잎들이 흐트러진다.

깨끗이 닦은 유리나 쟁반 위에 꽃잎을 조심스럽게 널어놓고 3일 정도 잘 말린다. 중간에 손으로 솎아내면 손톱자국이 생기므로 부드러운 붓으로 살살 솎아준다. 그래야 변색도 없이 고운 꽃차가 된다.

3일 정도 말린 다음엔 건조기에 넣어 바삭하게 한 번 더 말리고 손으로 비벼봐서 포슬거리는 느낌이 있으면 걷어서 건조한 병에 넣어 보관한다. 처음부터 건조기에 넣어 말리면 변색이 되므로 햇볕과 바람에 먼저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련화는 약간 달고 매운맛의 특성이 있어서 말려서 갈면 천연조미료로 사용할 수 있다.

유리 주전자에 꽃차를 소복이 넣는 비비안씨의 손길도 애착이 우러나왔다. 꽃차의 물은 너무 뜨겁지 않은 85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꽃잎은 한 번 물을 부어 먼지를 제거하고 두 번째 물을 부어 30초 정도 우려낸다. 오래 두면 떫은맛이 난다. 처음엔 꽃이 금방 우러나지 않기 때문에 찻잔에 조금만 따라서 마시고 두 번째 잔은 넉넉히 따라서 마신다. 차분히 앉아 차를 나누는 시간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비비안씨의 남편이 직접 만들어준 원두막에서 마시는 차라서 더 정겨웠다.

꽃샐러드도 별미였다. 울긋불긋한 꽃들이 가득 들어 있는 샐러드라 먹기도 아까웠는데, 꽃이 많아 과연 맛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맛있었다.

쌉싸래하면서도 달콤한 은은함이 입안을 맴돌며 잘 어우러졌다. 샐러드에 사용한 꽃은 베고니아, 팬지, 한련화, 허브 등이었고, 여기에 올리브, 토마토, 강낭콩, 치커리, 블루상추, 보라색 깻잎, 호박 등을 넣어 만들었다. 소스로는 팬지로 만든 식초와 유기농 간장, 스테비아 잎(설탕 대용) 우린 물, 올리브유, 참기름을 섞어 만들고, 햄프씨드와 들깨를 듬뿍 뿌렸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을 넣어 푹 끓인 채소스튜도 맛깔스러웠다. 고기 한 점 없는 식탁이었지만, 가볍게 채워지는 배부름이 오히려 경쾌했다.

비비안씨의 뒤뜰은 언제나 손님을 기다린다. 세상 시름이 목전에 차오를 때, 메마른 가슴에 힐링이 필요할 때 비비안씨는 원두막에 앉아 소박한 한 끼를 지인들과 함께 나누고, 모닥불을 지펴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는다. 자신의 '누림'을 나누는 넉넉한 인심이 있어 그 화원이 더 특별해진다.


글·사진 = 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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