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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강제수용에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뉴욕 방윤규·방경민 부부
20년 일해 마련한 건물 날려
기록상 거액 보상금 때문에
메디케이드 혜택도 못받아

20여 년간 일군 아메리칸드림을 잃는 건 한순간이었다. 1986년 이민와 델리그로서리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2002년 브루클린에 2층짜리 건물을 마련한 방윤규(70)씨. 연면적 2800여 스퀘어피트 규모의 허름한 건물을 사서 수리해 1층에 델리그로서리를 차리고 2층에는 손님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 공간으로 꾸몄다. 네일 업소를 운영하던 부인 방경민(66)씨도 가게를 접고 남편과 함께 델리 사업에 전념하며 '꿈'을 일궈나갔다.

그렇게 부부의 꿈이 여물어가던 2009년 1월, 방씨 부부는 뉴욕 시정부로부터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지역 재개발 계획에 방씨의 건물 부지가 포함됐고, 시정부가 그의 건물을 매입한다는 통보였다. 토지강제수용권에 대한 통지문이었다.

뉴욕시는 지난 2004년 브루클린 듀필드스트리트와 윌로비스트리트에 대규모 공원 '윌로비스퀘어(Willoughby Square)'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지상에는 1에이커 면적의 공원을 조성하고 지하에 700대 수용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재개발 계획으로 방씨 부부의 아메리칸드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방씨에 따르면 애초 시정부는 강제수용권 보상금으로 159만 달러를 제안했다. 하지만 건물 매입과 수리비, 델리 창업 비용 등 초기 비용을 감안하면 방씨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 당시 남아있던 모기지만해도 120만 달러가 넘었다. 방씨는 시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변호사가 전문 감정사를 고용해 산출한 당시 방씨 소유의 건물과 가게 가치는 410만 달러였다.

시정부는 방씨가 제안을 거부하자 몇 달 뒤 일방적으로 건물 보상금 80여만 달러와 가게 보상금 50여만 달러 등 총 134만여 달러를 방씨 변호사를 통해 모기지 은행으로 입금했다. 방씨는 보상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모기지만 상환한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 시정부는 방씨 부부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그리고 방씨 부부에게 한 달 렌트 1만5000달러를 청구하기 시작했다.

방씨는 "내 건물에서 무슨 렌트를 내야 하나 싶어 변호사에게 얘기했더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며 "하지만 얼마 후 시정부에서 나와 우리 가게 열쇠를 가져가 버렸고, 그때부터 우린 가게 운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소송은 8년 만인 지난해 6월 끝이 났다. 판결은 168만 달러 보상. 방씨 측 변호사가 산출한 410만 달러와는 거리가 멀었다.

방씨는 "최소한 강제수용권이 발동된 2009년 당시 가치로 환산해서 보상을 해야되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시정부는 당시 재개발 계획이 발표된 2004년 기준으로 보상을 책정했고, 법원에서도 우리 측의 요구는 반영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최종 보상금은 이자까지 합쳐서 총 189만여 달러다. 그러나 이미 지급된 134만여 달러를 제하면 51만여 달러만 남고, 이 돈에서 체납 렌트 약 8만 달러와 완납되지 않은 모기지 18만 달러를 제하면 25만 달러 정도만 남는다. 여기서 변호사 수임료와 건물 감정 비용 등 21만5000여 달러를 제하면 방씨 손에 쥐어지는 돈은 3만5000여 달러가 전부다.

가게 문을 닫은 뒤 방씨 부부는 가게를 운영하며 번 돈으로 생활해야 했다. 하지만 소득없이 모아 놓은 돈으로 7~8년을 산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결국 지금은 자녀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고, 현재 플러싱에서 원베드룸 렌트를 살고 있다.

설상가상, 보상금 기록이 등재된 뒤에는 방씨 부부에게 메디케이드 혜택마저도 거부된 상태다. 방씨는 지난해 심장 수술을 받았고, 부인은 4년 전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 정기적인 병원 진료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기록 상에만 거액으로 남아있는 보상금 때문에 그 혜택마저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방씨의 부인은 "정말 가슴이 답답해 남편과 함께 죽자고 한 적도 수차례"라며 "미국 와서 이룬 꿈은 물론이고, 정말 좌절밖에 남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신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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