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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이미 김 / 로미타
에이미 김 / 로미타 

[LA중앙일보] 발행 2018/09/10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9/09 12:35

창으로 솔솔 들어오는 바람의 온도가 훨씬 너그러워진 날씨? 어느덧 9월을 알린다.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요즘 마음을 스치는 생각이 더욱 잦아진 것은 아마도 80을 바라보는 나이 탓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7월 오스틴 큰딸네를 다녀올 때 부엌 창가의 귀여운 장미 화분에서 살짝 한 가지를 뽑아봤더니 V자로 두 가지처럼 보이는 한 가지가 흙 위로 딸려 나오기에 젖은 페이퍼타월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어 딸에겐 말도 안하고 내 가방에 넣어 가지고 왔다.

오자마자 작은 화분에 심어놓고 열심히 살펴보며 물도 주고 창가 볕에서 흠뻑 놀게 놓았건만 한 열흘쯤 후엔 2개의 꽃망울이 고개를 떨구더니 잎마저 차례로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애처로운 모습이 되었다. 몇 개 남은 잎이 마저 떨어지면 버리리라 마음먹으며 영양분을 물에 섞어 매일 뿌려주며 흙을 적셔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민 초기 아홉 살 딸에게 살림을 거의 맞기다시피하고 더하여 세 살 동생까지 돌보게 하며 새벽부터 고생하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던 초라한 가지와 시든 몇 개의 나뭇잎 틈새로 발그레하니 바늘귀만한 잎들이 수도 없이 돋아나오고 있었으니. 이게 웬 떡! 인생이든 식물이든 고생 끝의 낙이었다.

드디어 한 달이 훨씬 지날 무렵 두 송이의 꽃망울이 푸르름을 띄며 콩꼬투리처럼 뾰족이 고개를 들며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너도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고통을 발판삼아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구나 싶어 많은 감동이 밀려왔다. 길에서 주워온 후줄근한 한 뼘 크기의 제이드 가지도 덩달아 싱싱하게 반짝반짝 빛을 내며 아기 모습 같은 미니 장미를 옆에서 지켜준다.

이곳 노인 아파트로 이사 온 지 9개월. 아홉 개의 작은 화분이 창가를 곱게 수놓으며 아침저녁으로 나를 위로하느라 마냥 바쁘다. 우리 노인 여러분. 무료하게 우울하게 지내지 말고 아들딸 기다리지 말고 말은 없어도 받은 값 해주는 식물들과 친해지며 말년의 관심을 기쁨과 보람으로 채워봄이 어떨지. 주인의 발소리를 들으며 커간다는 그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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