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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미국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 적극적으로 밀 것

김진국이 만난사람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총리는 9일 "다당제 하면 나라가 엉망이 된다는데, 불과 30년 전 성공한 것을 지금 왜 못하느냐"며 국회가 중심이 돼 의회민주주의를 살리는 쪽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이홍구 전 총리는 9일 "다당제 하면 나라가 엉망이 된다는데, 불과 30년 전 성공한 것을 지금 왜 못하느냐"며 국회가 중심이 돼 의회민주주의를 살리는 쪽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냉전 2.0 체제
미·중 관세 등 무역전쟁 해결 기미
그 밑받침인 NPT 체제 사활 걸려
야당과 협치
1988년 의회가 중심 돼 국가 운영
3김과 합의 통해 통일방안 마련
한국 정치 퇴보
행정부 아닌 국회 중심 정치하려면


선거제 고치고 헌법도 개정해야


한반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면 정작 큰 흐름은 놓치기 쉽다. 시대적 흐름 국제적 의미를 이홍구 전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8일 오후 유민재단 이사장실에서 만난 그는 88년의 경험을 돌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만들었다. 남북 공존을 전제로 한 첫 통일방안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주미대사다. 그는 현 정세를 '냉전 2.0'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북한 핵 문제도 미.중 사이의 국제 질서 정비 과정의 한 변수로 해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이 네 번째라는 건…모든 걸 (시진핑 국가주석과) 상의하려고 하는데.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살아갈 것이냐 굉장히 어려운 선택인데…이게 속단하기 어려워요. 앞으로 눈여겨 봐야 할 것이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남쪽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미국이 북한의 실력을 높게 보고 있어요. 핵이나 미사일 실력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가 있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기술도 절대 과소평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말은 막 하지만 상당히 조심조심 접근하는 거지."

미, 북한 실력 생각보다 높게 평가

이 전 총리는 "작년부터는 확실히 미국·중국이 이끄는 '냉전 2.0' 체제"라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던 때와 구분한 개념이다.

"지금 베이징에서 미·중이 중요한 협상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밑받침하는 건 국제안보 확실한 건 핵 문제 핵 비확산조약(NPT)체제를 살리느냐 죽이느냐가 여기에 걸려 있다고 봐요. NPT라는 게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대혼란에 빠지게 돼 있어.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에 관해 이야기가 잘 되어 있는 인상이야. 이번에 무역 격돌을 풀어갈 것도 같아. 아무도 이기는 쪽은 없고 다 손해를 보게 될 거니까. 중국도 이번 기회에 미국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밀 거라고 봐요. 북한이 원하는 게 결국 북한의 안보와 경제 발전인데 그 두 가지를 미국과 중국이 보상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는 핵 보유를 인정받겠다는 이야기 같은데.

"그것은 미국이 못 받아들이겠다는 거지. 미국만이 아니라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에 갔을 때 프랑스와 영국이 모두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NPT 체제에서 북한을 예외로 처리해달라는 이야기인가? 그건 안 된다. 인도.파키스탄 얘기를 하는데 그게 위험한 논리인 게 그럼 동북아에서 일본이 핵 무장해도 그럭저럭 넘어가겠느냐.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 같아. 김정은이 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서 태평양으로 날아가면 세계 제3의 경제 대국이 가만히 있겠느냐 말이야. 시진핑이 깜짝 놀라 안 된다고 그랬을 것 같아."

이 전 총리는 1988년을 중요한 전기라고 말했다. 88년을 기점으로 통일 문제에 대한 큰 인식 전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열강이 마음대로 분단했는데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 냉전이 끝나니까 그동안 떠들던 슬로건들 '북진통일' 같은 건 안 통하게 됐단 말이야. 또 북한의 '남조선 해방'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란 말이야. 다 차려놓은 남북 정부를 해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 공백에서 뭘 어떻게 정리할 건가. 이게 금방 큰 과제로 왔어요. 여기서 강조한 것이 평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해나가자'는 것이지."

88년 2월 그는 노태우 대통령 당선인을 처음 만나 이런 이야기를 그대로 해줬다고 한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그를 통일원장관으로 임명했다.

"이 교수 의견에 100% 동의합니다. 다 맡길 테니까 이야기한 대로 해 보세요. 한 가지 조건은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총재가 다 합의하는 것으로 만드십시오. 여소야대 국회 지금 한국 정치에선 완전 합의한 거 아니면 효력이 없습니다."

8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1노3김이 경쟁했다. 여소야대는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88년 4월에 만들어졌다. 13대 국회가 출범하자 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위와 함께 통일정책특위를 만들었다.

"사실 기술적인 아이디어는 나 같은 교수들이 만들었지만 정치적으로는 3김 총재가 적극 나선 공동작품이고 진보를 포함한 국민의 열망이 그대로 반영된 겁니다. 노 대통령은 '아무리 대통령이 되었어도 군사정부의 제2인자였던 사람이 이러쿵저러쿵하면 될 것도 안 된다. 나는 조용히 있고 다 맡기겠다'는 자세를 지켰기 때문에 3김 총재가 기분 나쁘지 않게 합의를 한 거거든."

그는 이런 여소야대의 정국 운영 방식을 되살리라고 거듭 주문했다.

"내가 3김 총재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통일 방안을 만드는 한 2년 동안 그분들을 한 달에 두 번씩은 만나고 특히 DJ를 제일 많이 만났는데 다들 다른 두 총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로 이야기를 들었어. 그러니까 합의안이 나오지. '내가 뭘 했다.' 이렇게 풀려고 하면 안 돼."

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그 30주년인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이 다시 열렸다. 그는 올림픽의 상징성을 살리라고 주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야기를 꺼냈는데 한미 관계는 문제가 없을까요.

"원로자문회의에서 대통령께 말씀드린 게 그거야. TV에서 보면 김정은이 우리 대통령 이야기 말을 잘 듣는 것 같다. 미국 사람들도 그런 인상을 받고 있고. 그러니까. 이야기해줘라 말이야. 이거 지금 풍계리니 뭐니 조금씩 해봤자 효과가 나는 게 아니다. NPT로 돌아가자. 결국 비핵화는 NPT에서 탈퇴해서 나온 문제 아니냐. 미국.중국 주변 열강들이 다 같이 우리 안정을 보장해라. 그걸 하려면 우리 안에서 '그게 뭐 되겠느냐.' '말도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시작부터 일이 안 돼. 우선 청와대가 야당과 많이 만나야 돼."

이홍구 전 총리
서울 법대와 미국 에모리대를 거쳐 예일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였던 그는 88년 노태우 정부 때 국토통일원장관을 맡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만들었다. 주영대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국무총리를 거쳐 신한국당 대표를 맡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나섰다. 김대중 정부 때 주 미국대사, 중앙일보 고문을 맡았으며 현재 서울국제포럼 이사장, 유민재단 이사장이다.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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