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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통 큰 기부

1867년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단돈 720만 달러에 매입했다. 같은 해 남부 조지아에선 흑인 남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대학이 하나 세워졌다. 침례교 목사 윌리엄 화이트 등이 세운 '오거스타 인스티튜트'였다.

1913년 모어하우스칼리지로 이름을 바꾼 이 학교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44년 15세 때 조기 입학, 흑인 민권운동가로서 자신의 사상과 세계관, 실천적 지식 등을 다듬었다.

그런데 지금 이 학교가 세계적 뉴스의 초점이 됐다. 지난 일요일 졸업식에서 명예학위를 받은 억만장자 흑인 사업가가 올해 졸업생 396명의 학자금 빚 4천만 달러를 몽땅 갚아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로버트 스미스는 이 학교 출신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왜 그렇게 통 큰 기부를 했을까.

현재 미국의 전체 학자금 대출 규모는 1조 5700억 달러. 1인당 평균 5만~6만 달러나 된다. 대학 문을 나서는 순간 발목에 큰 족쇄를 하나 달고 나오는 것과 같다. 특히 흑인 학생의 경우 80% 이상이 고액의 빚을 안고 졸업한다. 백인 및 라틴계 학생 60%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부인 미셸도 결혼 9년 쯤 지나서야 각각 6만 달러의 학자금 빚을 다 갚았다고 했다.



번지르르한 미사여구의 격려보다 빚으로부터 해방이라는 실질적인 혜택을 졸업생들에게 선물한 억만장자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의 성취에는 본인 노력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선의로 그들에게 보답하라." 사실은 이게 핵심이다.

어떤 성공도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자기가 잘나서, 자기만 열심히 해서 이룬 줄 안다. 로버트 스미스가 통큰 기부로 전하려 한 진심도 이런 세태에 대한 경종이 아니었을까. 흑인 억만장자의 모어하우스칼리지에서의 '아름다운 일격'에 도전받는 부자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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