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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봄이 가져다 준 소식

이른 봄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건 자연의 변화다. 해마다 정확한 시기에 땅은 만물이 소생하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가 품안에서 잠자고 있던 온갖 식물, 동물들이 굳은 땅을 헤치고 지상으로 나오도록 살그머니 밀어주는 자애로운 어머니 노릇을 한다.

우리집 앞마당에는 지금 봄 소식을 알리는 수선화가 한참이다. 10여 년 전에 화분에 있던 가냘픈 수선화를 앞마당에 옮겨 심었다. 보통 1월 중순부터 가늘고 쭉 뻗은 파란 줄기가 자라면서 3, 4월에는 하얀 꽃으로 예쁘게 핀다. 자기자랑과 자존심이라는 꽃말을 가진 수선화는 꼭 쪽파같이 곧게 뻗어 나온다. 수선화는 봄이 왔다는 소식을 알리느라 화분도 밀어 젖히며 옆으로 비켜 나온다. 겨울 내내 모든 것을 잊고 파릇하게 나와 토양을 가리지않고 잘 자라는데, 청순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면 저절로 봄이 싹트는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활짝 핀 꽃을 보면 완연힌 봄이 온 것이다.

몇 주일 전쯤 전화로 문자를 받았다. 작년 가을 학기 때 가르쳤던 교사수련생으로부터 온 문자다. 얼마나 반가운지 얼른 읽었다. "선생님, 제가 초등학교 4학년 교사로 임명되었어요. 그동안 선생님께서 잘 지도해주신 덕택입니다."

이 학생은 학과 준비도 열심히 했을 뿐 아니라 교사수련 과정을 성심으로 마쳤던 학생이었다. 교생실습 과목 중 하나인 자연에 대해 학습 교안을 작성해 가르치는 과정이었다. 날씨에 관하여 추위와 더위에 다른 점을 설명하는데 이 제자는 학생들에게 추운 겨울을 가르칠 땐 자기 몸을 떨며, 더운 것은 부채로 땀을 식히는 시늉을 하였다. 번개, 구름, 눈과 천둥의 다른 묘사 표현도 전신반응교수법(Total physical response·학습 내용과 관련된 행동을 해 봄으로써 어구를 배우게 하는 언어 교수법)을 사용해 재미있게 전달하여 학생들이 쉽게 배웠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가 새로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았다니, 본인에게는 물론 나에게도 경사스러운 소식이었다. 내가 마치 봄의 꽃눈을 싹트게 해준 것 같이 자랑스럽고 신나는 기분이었다. 교생실습을 하는 학생들을 열심과 열정을 다해서 가르친 결과라고 자화자찬을 하면서, 앞으로 더욱더 성심성의를 다할 것을 다짐하였다.

이 제자는 한 반에 25명의 학생을 지도하는 중대한 책임을 맡았다. 어느 교사들처럼 이 신입교사도 미래의 꿈나무들인 제자들을 밝고 올바른 학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이중언어교사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점차 증가하도록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

이중언어반 교실에 들어가면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가 적힌 포스터가 칠판 한 쪽에 붙어 있다. 타인종 학생들은 한국어로 자신들의 이름을 쓰고 그 밑에는 날씨에 대한 글을 한국어로 써 놓았다. 하루 수업 중 한국어로 3시간, 영어로 3시간씩 공부하는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비교적 어려운 한국어 단어도 척척 배우고 익힌다.

교단에 선 교사의 정성과 노력은 교실 안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성공,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종적·문화적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모여 앉은 교실에서 내가 가르친 제자가 수선화처럼 예쁘고 생명력 강한 제자들을 길러주는 교사가 되기를 상상해본다. 교사 수련의 책임을 진 나 역시, 힘이 닫는 한 이런 제자들을 밀어줘야지. 활짝 핀 수선화의 노란색, 하얀색, 살구색을 띤 6 개의 꽃잎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완연한 봄에 젖어본다.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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