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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행운 가득 담아 빚어내는 '만두'

만두를 빚으며 복을 기원하는 소울푸드
만두피와 소를 활용한 건강만두 레시피

새해가 있어서 다행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잠시 마음에 쉼표를 그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진중히 돌아보고, 새로 맞이한 시간 앞에 복을 소망한다. 그렇게 잠시나마 품은 희망이 새해를 당당히 지탱해 나가길 기원해 본다.

새해 떡국에 올리는 탐스러운 만두는 복주머니를 닮았다. 예전에는 온 식구가 둘러앉아 이슥한 밤까지 만두를 빚었다.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한 소를 큰 양푼에 담아내 오시면 큰 도마 위에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쓱쓱 밀어 주전자 뚜껑으로 쿡쿡 찍어냈다. 만두소를 통통하게 채우고 끝을 야무지게 붙여 오므리면 배가 봉긋 올라오는 만두가 먹음직스럽게 쟁반에 놓였다. 만두를 예쁘게 빚으면 시집을 잘 간다는 어머니 농담에 그 진위도 모르고 더 예쁘게 빚기 바빴다.

지금은 여간해선 그런 수고로운 작업은 도통하지 않다. 온갖 종류의 맛있는 만두들이 마켓에도 즐비하기 때문이다. 별 수고도 없이, 음식에 얽힌 애틋함도 없이 그저 새해라서 한 그릇 먹어야지… 하는 맘으로 끓여낸 떡국에서 정성과 추억의 훈훈함을 맛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소울푸드'란 이름은 위대하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더라도 저물고 떠오르는 시간을 도란도란 따뜻함으로 엮어주니 말이다.

본래 만두를 일컫는 '교자'는 '갱세교자'라는 말에서 왔다. 이 말의 뜻은 해가 바뀌는 '자시', 즉 오후 11시에서 오전 1시를 의미한다. 옛사람들은 행운을 의미하는 뜻에서 둥글게 만두를 빚고 복을 빌었다. 만두를 빚는다는 것 자체가 새해를 준비하는 경건한 의식인 셈이다. 한해를 어렵게 살아온 삶이라 할지라도 다시 한 번 탐스럽게 만두를 빚으며 복을 기원하고 그 마음으로 삶을 견뎌나간다는 의지가 담겼다. 시간의 정점에서 손으로 마음으로 정성껏 빚어내는 만두야말로 진정한 소울푸드라 할 수 있다.



만두 이야기

'만두'란 이름은 오랑캐의 머리란 의미에서 유래하였다. 중국 촉나라 때 제갈공명은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수라는 강가에서 심한 풍랑을 만나 발이 묶이게 되었다. 이 때 한 부하가 남만의 풍습에 따라 사람 머리 아흔아홉 개로 제사를 올리자고 제안했다. 제갈공명은 일부러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며 양고기를 밀가루로 싸서 만인의 머리처럼 그려 제를 지냈다. 이후 풍랑이 가라앉고 무사히 강을 건넜다는 일화가 만두 속에 전해진다.

한식에 만두가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구르인이 고려에 들어와 만두가게를 열었고, 많은 이들이 즐겨 먹었는데, 이 만두집 이름이 바로 '쌍화점'이다. 조선시대에는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반죽해 만두를 빚었는데, 만두피에 따라서는 밀만두, 어만두, 메밀만두가 있고, 소의 재료에 따라서는 호박만두, 고기만두, 버섯만두, 김치만두 등이 있다. 차게 식혀서 먹는 만두는 '편수'라고도 한다. 한반도의 북쪽 지방에서 만두를 즐겨먹은 것은 메밀이나 밀이 북쪽에서 많이 재배된 것에 기인한다.

세계의 만두

만두야말로 세계의 요리라 할 수 있다. 정확한 유래의 경로는 알 수 없지만, 세계 각국의 전통적인 요리 중에는 만두가 있다. 그 중에 신기하게도 한국 만두와 가장 흡사한 것은 이스라엘 만두 '크레플라흐'. 반달 모양으로 빚어 양끝을 둥글게 이은 모양이 똑같다. 소고기와 으깬 감자, 양파 등을 소에 넣고 만두를 만든 다음 닭 육수에 넣어 끓여 먹는다. 만둣국과 가장 비슷하다. 스페인에서 유래하여 남미 만두로 자리 잡은 '엠빠나다'. 빵 반죽 안에 곱게 다진 고기나 생선살을 넣고 두 겹의 패스트리에 싼 다음 굽거나 튀겨 먹는 별미다. 이따금 비치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 파는 엠빠나다는 바로 튀겨서 먹을 수 있어 바삭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인도의 '사모사'도 대표적인 만두 요리. 감자, 완두, 다진 고기 등을 향신료로 간을 해서 삼각형 모양의 패스트리 반죽으로 만든 피에 넣고 튀겨낸다.

모양은 만두지만 속 재료가 달콤한 디저트용 만두도 있다. 체코의 슈베스트코베 크네들리키는 버터와 밀가루, 달걀로 만든 반죽 안에 새콤달콤한 자두를 넣고 튀긴 다음 녹인 버터와 설탕을 입힌다. 미국의 애플 덤플링은 사과와 시나몬 그리고 설탕을 넣어 만드는데,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는다.

만두의 변신은 끝이 없다.

최근엔 건강하게 만든 만두 레시피도 다수 소개되고 있다. 소화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만두로 밀가루 피 대신 양배추를 사용한다. 찜통에 양배추를 살짝 찐 다음 부드러운 부분을 사용해 밀가루를 솔솔 뿌려 만두소를 올려놓고 돌돌 만다. 미나리나 파로 고정을 한다. 건강 속 재료로는 고기 대신 생선을 사용한다. 대구살의 물기를 말끔히 뺀 후 곱게 다져서 사용하는데, 표고버섯, 부추, 당근, 양파 등을 함께 다져서 만든다.

채소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채소만두도 인기다. 호박을 채를 썰어서 듬뿍 넣고 부추와 양파, 돼지고기 약간, 간장, 후춧가루, 참기름을 넣어 버무려 속을 만든다. 호박은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꼭 짠 다음 사용한다. 육즙이 풍부한 만두를 원한다면 만두소의 물기를 짜내지 않고 만든다. 두꺼운 만두피가 싫다면 '굴림만두'도 좋다. 만두소를 단단하게 뭉쳐 밀가루에 굴려내고 달걀 흰자를 입힌 후 다시 밀가루 옷을 입혀 쪄내면 피가 아주 얇은 굴림만두가 된다. 새우를 활용한 해산물로 만두소를 만든 새우굴림만두도 별미다.


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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