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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ㆍ쇼팽의 안식처…스페인 마요르카섬

다양한 문명…왕궁, 대성당 등 즐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팔마(Palma)의 도심 한켠에서 낮지만 그러나 간절하고도 힘찬 합창이 울려퍼진다. 4월의 싱그러운 시커모어 신록 아래 검붉은 철조 기념물 밑에 모여선 이들은 일단의 한국인 관광객들이다.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 선생을 자취를 좇아온 이들이다. 몇몇 이들은 감회에 젖어 목이 메인 눈치다.

이곳은 지중해 서부에 위치한 스페인령 발레아레스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마요르카 섬의 주도, 종종 '팔마 데 마요르카'로 불리는 팔마의 중심가(Passeig Born)다.

1921년 일본으로 유학한 뒤 미국을 거쳐 독일과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지휘 활동을 했던 불세출의 거장 안익태 선생이 20년을 머물렀던 곳이다. 팔마 데 마요르카 외곽 남쪽 해변 지역에는 '안익태 거리(Carrer D'Eaktai Ahn)'가 있다.



제주도보다 조금 더 큰 섬으로 '지중해의 하와이'라고 불릴 만큼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 팔마는 이름처럼 팜트리가 낯설지 않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로 일년 내내 햇볕이 따사로운 이곳은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유럽의 왕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섬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또 다른 거장 쇼팽이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와 함께 절박했던 생애의 일부를 보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팔마에서 북쪽으로 40여 분 떨어진 발데모사(Valldemossa)는 작고 조용한 산골 마을이다. 따사로운 봄햇살을 머금은 올리브밭에는 잔잔한 여유가 흐른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레스토랑, 그리고 고색창연한 수도원이 어우러져 동화 속 마을의 정취가 물씬하다.

이곳 카르투하 수도원은 또 다른 음악계의 거장 쇼팽의 발자취가 생생한 곳으로 1836년 쇼팽이 리스트의 소개로 알게 된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도피 행각을 벌인 곳이다. 그러던 중 폐결핵으로 건강이 나빠진 쇼팽은 상드의 열정적이면서도 모성애적인 사랑과 보살핌으로 김이 음악에 빠져들어 이 시기에 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어느 날 쇼팽의 결핵약을 구하러 팔마로 나간 상드가 폭우로 귀가가 늦어지자 이를 걱정하며 작곡한 '빗방울 전주곡'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수도원은 현재 '쇼팽 전시관' 역할도 겸하고 있어 전세계에서 매년 30만여 명이 이곳을 찾는 쇼팽애호가들의 성지로 꼽히고 있다.

현재 쇼팽이 사용했던 피아노와 손으로 적은 악보가 전시돼 있으니, 그것만으로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가 된다. 지중해의 한 섬, 그것도 산골마을의 수도원에서 맞는 투명한 공기는 달콤하기까지 했다. 쇼팽의 흔적을 찾아 미로같은 작은 방들을 순례하다 피아노가 놓여진 음악당(?)에 이르렀다. 자리를 잡으니, 초로의 연주자가 커튼 뒤에서 나타나 연주를 시작한다. 예의 그 빗방울 전주곡이다.

이어서 쇼팽의 걸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작품번호 64번의 두 번째 왈츠인 7번 왈츠를 연주한다. 내게는 대학간 딸의 연주로 익숙한 이 곡은 서정성과 비극성에 치중해 있다. 그는 37살에 이곡을 작곡한 뒤 2년 후 폐결핵으로 39살의 나이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당시 그는 10년 이상을 같이 보냈던 연인 상드와 결별한 상태였고, 지병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던 터라 죽음의 불안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이 섬은 온화한 기후 못지 않게 다양한 문명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 녹아 있다. 먼저, 팔마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자리한 벨베르성. '아름다운 전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원형의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에서는 360도의 파노라마 전망이 압권이다. 14세기 초 발레아레스 제도를 통치하던 하이메 2세의 별궁으로 지어진 성이다.

팔마항에 인접한 알무다이나 궁전과 팔마대성당은 각기 다른 건축양식으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1281년 이슬람 궁전으로 지어진 알무다이나 궁전은 이후 몇 차례 내부 개조를 통해 현재 스페인 국왕의 거주지로 쓰이고 있다. 이 궁전과 마주하고 있는 대성당은 14세기 모스크 위에 세워진 것으로 마요르카섬의 랜드마크이다.

고딕양식이 주를 이루지만 17세기까지 계속된 건축으로 여러가지 양식이 혼재한다. 그리고 19세기 중반, 지진으로 훼손된 성당의 재건이 결정되면서 가우디가 복원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모조 진주로 유명한 마요르카섬은 그야말로 지중해의 진주다. 영롱한 햇살이 그렇고, 거장들의 음악이 그랬다. 중세의 담장에 내리쬐는 햇살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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