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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의 아픈 역사 간직한 담배 농장

[신현식의 대륙 탐방]
담배농장 박물관(Tobacco Farm Life Museum)

누군가가 그랬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고 참는 거라고. 담배를 끊은 지 10여 년이 지났어도 담배 냄새가 싫지 않다. 짓궂은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담배를 권하기도 한다. 술 한 잔에 담배를 물어보지만 긴 금연의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중독에서 벗어났는지 그다지 충동적이지 않다.

입시의 긴 터널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매일이 새롭고 행복했던 대학 1학년 봄이었다. 친구들과 도봉산으로 캠핑을 갔다. 텐트를 친 뒤에 전축에서 나오는 팝송에 춤을 췄다. 막걸리를 마시고 희희낙락했다.

밤이 깊어져 텐트에 들어가 금단의 벽을 넘었다. 한 친구가 건네주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순간 목에 걸린 매콤한 연기로 눈물을 쏟으며 기침을 해댔다.

이후로 담배는 오랫동안 나를 나른하고 평화롭게 하는 벗이었다. 두어 시간의 금연도 참기 힘들었다.



출장을 많이 다닐 때는 미국 내 환승 공항의 흡연구역을 모두 파악했었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이용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는 강아지에게 담뱃갑 나르기를 가르쳤다. 드러누워 레이시에게 '담배' 하면 담뱃갑을 물어다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로 변한 마누라가 막무가내 내 어깨에 금연 패치를 붙였다. 다시 담배를 피우면 짐 싸들고 나가겠다는 엄포와 함께 금연에 성공하면 포상을 하겠단다. 부인을 잃는 것 보단 금단현상을 이겨내는 걸 택했다. 그 이후로 하루에 두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1604년 4월 영국의 몇몇 귀족들이 이윤 추구를 위해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런던 주식회사는 주로 부랑자, 도망자, 빈민 등 영국에서 버려진 계층의 사람들을 모집했다. 1607년 4월 26일 지금의 버지니아주 체서피크만에 항해에 살아남은 영국인 104명이 도착했다.

그들은 이곳을 영국 왕의 이름을 따서 제임스타운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의 삶은 가혹했다. 습하고 거친 날씨에 농사 짓는 기술이 없다 보니 처음 도착했을 때 100여 명 이던 영국 이주민들은 1년 만에 70%가 사망하고 30여명만 생존했다.

이때 원주민들에게 농사를 배워 아사를 면할 수 있었고 특히 담배 경작으로 영국에 수출하여 큰 돈을 벌게 되었다.

금을 찾아 신대륙을 침략한 이들이 금빛 담뱃잎에서 부를 찾게 되었다. 이후 많은 영국인들이 북아메리카 동남부로 이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가 불어난 영국 이주민들은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경작지를 넓혀갔다.

대규모 담배농사로 인력이 모자란 버지니아 회사는 1619년 처음으로 흑인 노예들을 끌고 왔다.

미국 노예제도의 시작이었다. 담배는 미국의 건국과 깊은 관계가 있다. 담배 농사로 큰돈을 번 농부들이 미국 독립 전쟁에 자금을 지원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도 담배를 재배하는 부농출신이었다.

미국 남부의 중심 버지니아 리치몬드를 출발해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방향으로 150마일쯤 가면 인구 1500명의 켄리라는 마을이 나온다.

프리웨이를 내려 동쪽으로 몇 마일 지나면 남부 농촌을 엿볼 수 있는 담배농가 생활 박물관이 나온다. 1983년에 설립된 이 박물관은 노스 캐롤라이나주 비영리 교육 기관이다.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이 담배농가 생활 박물관은 1890년대부터 1960년대 담배재배농가의 역사와 문화, 주택, 농기구 등 남부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일반인에 공개하고 있다. 미국의 민낯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애용하던 담배에는 원주민 추장이 그려져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담배 이름이 '미국의 정신' 아메리칸 스피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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