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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다…깨끗하다…높고 푸른 '휴식의 땅'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Rocky Mountain National Park, Colorado)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엔 해발 1만피트 이상의 준봉들이 즐비하다. 비어스태트레이크 트레일에서 올려다 본 5월의 로키마운틴. 겨울이 한참 지났음에도 봉우리마다 만년설을 이고 있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엔 해발 1만피트 이상의 준봉들이 즐비하다. 비어스태트레이크 트레일에서 올려다 본 5월의 로키마운틴. 겨울이 한참 지났음에도 봉우리마다 만년설을 이고 있다.

콜로라도는 주 전체가 공원이다. 해발 1만4000피트가 넘는 산이 58개나 된다. 국립공원이 3개, 준국립공원(National Monument)도 7개나 있다. 1915년 미국의 9번째 국립공원이 된 로키마운틴은 덴버 북서쪽 약 70마일, 차로 1시간 반쯤 거리에 있다. 공원 내 최고봉은 해발 1만4529피트의 롱스 피크(Long's Peak)다. 5월 하순, 메모리얼 연휴 2박3일 콜로라도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을 다녀온 기록을 나눈다.



#. 첫날, 덴버와 그 주변

토요일 이른 아침 버뱅크 공항에서 덴버행 비행기를 탔다. 항시 붐비는 LA 국제공항과 달리 조용하고 혼잡하지 않아 좋다. 덴버까지는 약 2시간 반. 비행기에서 내리니 1시간 시차가 있음에도 아직 오전이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렸다. 연휴라 수요가 많았던지 예약했던 작은 차는 다 나갔다며 같은 값에 대형 SUV를 내준다. 처음 타보는 7인승 '셰비 서버번'(왼쪽 아래 사진)이다.



공항을 나와 덴버 최고 명소라는 레드락 야외공연장(Red Rocks Amphitheatre/ 17598 W Alameda Pkwy, Morrison, CO 80465)을 먼저 들렀다. LA로 치면 할리우드보울 같은 곳이다. 수용인원 1만 명. 하늘로 불쑥 솟아오른 거대한 자연 암석을 벽삼아 만든 공연장인데 그 자체로 구경거리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입구 표지판.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입구 표지판.

10여 분 떨어진 콜로라도 대표 맥주 쿠어스 공장(주소: 13th St & Ford St, Golden, CO 80401)도 찾아갔다. 세계 최대 맥주 양조장 투어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투어버스를 타려면 2시간은 기다려야 해서 견학은 포기하고 '술 익는 마을'만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제 진짜 목적지 로키마운틴으로 간다. 공원이 가까워 올수록 콜로라도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연중 쾌청일수가 296일이나 된다더니 멀리 눈 덮인 로키 산정의 연봉들이 지척인 듯 선명하게 다가선다. 맑은 하늘, 새하얀 뭉게구름, 그 아래 푸른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다. 콜로라도 관광청 홍보 문구 그대로 '컬러풀'이다. 더하여 '뷰티풀, 원더풀'이다.

콜로라도는 스패니시로 '붉은 빛'이라는 뜻이다. 미국 독립 100주년 되던 해인 1876년, 38번째로 연방에 편입됐다. 그래서 주 별명도 '100주년 주(The Centennial State)'다.

미국에서 제일 살기 좋다는 도시 볼더(Boulder)를 지나 1시간 남짓 더 달리니 마침내 에스테스파크(Estes Park)가 나온다. 해발 7500피트. 로키산 계곡 물이 휘감아 흘러내리는 마을 사이로 오밀조밀 기념품 가게들이 정겹다. 큰뿔 사슴(빅혼)들이 노닐고 있는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110년 역사의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스탠리호텔도 구경했다.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스티븐 킹이 집필을 위해 묵었다는 호텔이기도 하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울창한 침엽수 골짜기 통나무집 콘도다. 바로 옆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콸콸콸 물소리가 방안까지 들려왔다. 두달 전 서둘러 예약한 덕이다. 부지런을 떤 보상이 이렇게나 크다.

#. 둘째 날, '로키마운틴 하이'

아침 7시.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목적지는 베어레이크(Bear lake). 경치가 빼어나 이곳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꽤 이른 시간임에도 넓은 주차장이 거의 다 찼다. 겨우 차를 대고 발걸음을 내딛는데 초입부터 난관이다. 쌓인 눈이 생각보다 많아서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서 겨우 호수까지만 올라갔다. 호수는 반 이상 얼어 있었고 등산로는 미끌미끌 얼음 길이다. 목표로 했던 해발 1만2342피트 플랫탑 마운틴(Frattop Mtn)은 언감생심,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오던 길에 봐 두었던 양지 바른 비어스태트 레이크(Bierstadt Lake)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호수까지는 1시간 반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짧은 코스. 그래도 만만치가 않다. 워낙 가파른데다 원래 고도가 높아서인지 숨은 가쁘고 힘은 두 배로 든다. 그래도 이런 땀 흘림이 싫지 않다. 걸으면서 아무 말 하지 않아 좋고, 아무 소리 듣지 않아서 좋다. 묵언과 사색의 시간은 등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만년설 연봉들의 장엄한 자태에 감탄하며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니 어느새 산허리 능선이다. 이곳부터는 눈밭이다.푹푹 빠지는 눈길을 조심조심 10여 분 더 걸어가니 불쑥 나타난 황홀한 풍광. 비어스태트 호수다. 고즈넉한 숲 속에 이런 눈부신 호수라니. 때마침 물오리 대여섯 마리가 유유자적 헤엄을 치고 있다. 가쁜 숨을 고르면서도 연신 셔터를 눌렀다.

#. 셋째 날, 트레일릿지로드

북미 대륙은 로키마운틴 산정을 중심으로 동서로 나뉜다. 비가 내리면 이곳을 기준으로 동쪽은 태평양으로, 서쪽은 대서양으로 빗물이 흘러간다. 그렇게 나뉘는 지점을 '콘티넨털 디바이드(Continental Divide)'라고 한다. 대륙분기점이라는 뜻이다. 34번 국도(US Highway 34)의 한 구간이기도 한 트레일릿지로드(Trail Ridge Road)는 해발 1만피트 이상인 그 대륙분기점을 넘어가는 길이다. 서쪽 입구인 에스테스파크에서 동쪽 입구 그랜드레이크까지 약 50마일. 가장 높은 곳은 1만2183피트에 이르며 가장 높은 구간 11마일 구간은 수목한계선 위로 달리는 길이어서 '하늘로 가는 도로'라고도 불린다.

이 길을 달려 공원 서쪽 입구 그랜드레이크로 넘어가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길은 겨울 동안 폐쇄되었다가 보통 5월 말 메모리얼데이 주간부터 다시 열리는데 올해는 뒤늦은 폭설로 개통이 더 미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는 데까지 올라가 보기로 한다.

어제의 강행군이 힘들었는지 식구들은 8시가 다 되었는데도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한다. 살며시 혼자 숙소를 나와 차 시동을 걸었다. 공원 매표소를 지나자 바로 해발 8500피트 호스슈파크(Horseshoe Park)가 나온다. 커다란 빅혼 떼가 여기저기 모여 풀을 뜯고 있다. 한가로운 풍경을 뒤로하고 10여분 더 올라가니 또 한 무리 사슴떼가 아침 식사를 한다. 만년설산 아래 풀을 뜯는 사슴떼. 한 폭의 그림이다.

가파른 산길은 레인보우 커브 전망대(Rainbow Curve Overlook)까지로 끝이 났다. 더는 갈 수가 없다. 주변엔 아직도 사람키 만큼의 눈이 쌓여 있다. 차를 세우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발 아래 모든 것이 아득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2시간이 흘렀다. 식구들은 그제야 일어난다. 이제 바로 덴버로 가겠다는 것을 억지로 꼬드겨 혼자 올랐던 길을 함께 다시 올라갔다. 내려올 때 아내가 말했다. "이렇게 좋은 데를 안 올라 왔으면 어쩔 뻔 했어요."

오후. 덴버로 내려와 여기저기 시내 구경을 했다. 늦은 밤 비행기로 돌아오니 LA는 아직 자정 전이다. 짧지만 충분히 긴 2박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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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ip

하이킹 천국…일찍 서둘러야 주차 고생 안해

▶국립공원 입장권은 80달러 짜리 애뉴얼패스를 끊어두면 1년 동안 전국 어느 국립공원이든 횟수 제한 없이 들어갈 수 있다. 1회권은 35달러다.

▶로키마운틴국립공원은 매년 방문객이 400만 명이 넘는다. 평일 낮이나 주말에는 공원 입장에도 차량 정체나 긴 줄을 각오해야 한다. 고산지대인 만큼 기후도 변화무쌍하다. 자주 일기예보를 확인해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은 전체 등산로가 300마일에 이르는 하이킹 천국이다. 유명 코스 하이킹을 계획한다면 무조건 일찍 서둘러야 한다. 등산로 입구 트레일헤드 주차장이 금세 차버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허락하면 콜로라도 여행의 거점인 덴버 도심 투어도 해볼 만하다. 콜로라도 주 의사당과 그 주변 상가 지역, 프로야구 콜로라도 로키스 홈구장인 쿠어스 구장 등이 유명하다. 다양한 맥주 시음과 스테이크 요리도 빼 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이왕 콜로라도까지 갔다면 제2의 도시 콜로라도스프링스 주변까지 둘러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일정이라면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이 좋다. 콜로라도는 생각보다 넓고 볼 것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1. 계곡 : 글레시어 크리크



2. 등산 : 비어스태트 레이크 트레일



3. 전망대 : 트레일릿지로드



4. 자연 : 비어스태트레이크 오리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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