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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제값 쳐주려고 품평대회 열다"

LA커피칼리지 연응주 학장의 커피 이야기 <2>

온두라스 오로(Oro) 커피대회 성공리에 치러
남가주에서도 킨·포톨라·랩 커피 등이 참여
1등 커피는 lb당 75센트서 14달러까지 뛰어

오로커피대회(Oro de Santa Barbara)에서 4등을 차지한 농장(Los Quetzeles)의 일꾼들.

오로커피대회(Oro de Santa Barbara)에서 4등을 차지한 농장(Los Quetzeles)의 일꾼들.

커피에 대한 기원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전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커피의 원산지로 보고 있다. 또,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재에 밝았던 아라비아 상인들이 아프리카 커피의 상품성을 감지하고 커피를 현재 예멘의 모카지역으로 가져와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커피는 일찍이 아랍계의 대표적인 음료로 자리를 잡게 됐다. 그후 유럽으로 커피 문화는 점차 전파되어 갔고 커피에 대한 수요는 공급을 크게 초과하여 유럽에서도 비싼 고급 음료로 취급됐다. 이에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던 유럽 열강들은 중남미와 아시아의 식민지에서 대량의 커피 재배를 시작하게 됐다. 이들 커피 생산지가 대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현재 이를 커피존(Coffee Zone) 또는 커피벨트(Coffee Belt)라 부르고 있다.

이번에 얘기할 온두라스라는 나라 또한 이 커피 벨트에 속하고 있다. 현재 중미 1위이자 세계 5위의 커피 생산국이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동부 저지대를 제외한 전 국토에서 고르게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통계상 12만가구가 커피 농사를 짓고 있다. 이중 95%는 소규모 농가로 알려져 있다. 또, 커피는 온두라스의 가장 큰 수출품으로 현재 약 900만 백(45kg 기준)의 커피가 생산되고 있으며, 커피 생산자들은 지속적으로 생산량과 함께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온두라스 커피는 같은 중미 지역의 커피 생산국인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파나마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다. 이 부분이 온두라스 커피를 접하면서 나 스스로 의아했던 부분이다. 일단 피상적으로 든 생각은 온두라스라는 나라의 이미지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였다. 나의 경우 온두라스라는 나라는 축구를 좀 괜찮게 하는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2016년 첫 방문 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온두라스의 높은 범죄율과 그 뒤에 있는 갱단들의 불법적인 행위는 나를 포함해 좋은 커피를 찾아 온두라스를 방문하고자 하는 많은 외국 커피 바이어들을 머뭇거리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중간 상인과 소규모 커피 생산자



본질적으로 상업적 커피를 중심으로 양적인 성장에 집중해온 온두라스 커피 산업은 내부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는데, 코요테(Coyote)라 불리는 중간상인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중간상인들은 소농들에게 싼값에 커피를 구매하여 대형 회사에 큰 마진을 붙여 납품을 하는 형태로 큰 이윤을 챙기고 있다. 온두라스를 여행하면서 커피를 생산하는 마을에 들어서면 판잣집들 사이에서 궁전같이 잘 꾸며진 집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런 집들은 어김없이 중간상인들의 집이라고 했다. 제대로 교육도 못 받고 정보에도 소외된 소농들에게 스스로 제값에 커피를 구매해 줄 회사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온두라스의 소규모 커피 농가들은 싸게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중간상인들에게 그들의 커피를 팔 수밖에 없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게 됐다.

국제심판들이 커피를 평가하고 있다.

국제심판들이 커피를 평가하고 있다.

참고로 이웃국가 코스타리카는 중간상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코스타리카의 경우 소규모 농가들이라도 아무런 제약 없이 스스로 구미에 맞는 구매자를 찾아 판매를 하기에 판매 이익이 직접적으로 농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온두라스의 경우 커피 생산자가 아닌 중간상인과 커피 관련 단체 및 조합이 이윤을 착취하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고, 이런 구조는 온두라스 커피업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됐다.

새로운 커피 대회(Oro de Santa Barbara & Oro de Ocotepeque)

실제 온두라스 소규모 커피 농가의 현실을 살펴보면 인터넷은 언감생심. 전기도 수도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교육은 사치다. 가장들이 미국으로 불법 이주를 한 경우 젊은 엄마가 가장이 되어버린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다. 이런 경험이 쌓일수록 어려움에 처한 소농들을 위해 뭔가 할 일이 없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2019년 뜻을 같이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커피인들과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커피 컨설턴트(Sherri M. Johns)의 도움으로 'Oro Group'이라는 국제 커피 기구를 구성하고 오로(Oro) 대회라는 커피 품질 경영대회를 진행하게 됐다. 이는 한국인이 주관하는 최초의 산지 커피 품질대회이다.

오로(Oro)라는 단어의 의미는 스패니시로 황금을 뜻한다. 중남미 커피 생산자끼리는 파치먼트 상태의 커피가 황금빛을 내고 있기에 커피를 오로라 칭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커피가 그들의 주수입원으로 경제적인 환급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커피를 오로라 부르는데, 이점에 착안해 오로라는 이름의 조직을 구성하게 됐다.

올해는 지난 4월 말과 5월 중순에 각각 오코테페케( Ocotepeque) 와 샌타바버러(Santa Barbara)에서 복수의 대회를 개최했다. 온두라스 부통령(Ricardo Alvarez)이 힘을 보태면서 성황리에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10개국에서 38명의 심판이 참가해 구매에도 적극 참여를 해 준 결과, 1등 낙찰가가 14(lb당)달러를 넘게 되는 성공적인 행사를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샌타바버러와 오코테페케의 소농들이 중간상인들에게 그들의 커피를 판매하는 금액이 0.75(lb)달러 이하 라는 점을 감안하면, 1등을 한 농부의 경우 약 18배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오로 대회에 참가를 한 남가주 로컬 업체로는 킨커피(Kean Coffee), 포톨라(Portola Coffee Roaster), 랩커피&로스터(LaB Coffee & Roaster)가 있다. 7월이면 이들 매장에서 오로 대회에서 입상한 커피들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커피 한잔에도 여러 가지 스토리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커피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연응주 학장은

고대 식품자원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조지 워싱턴대에서 MBA를 마쳤다. 현재 LA 커피칼리지 학장이자 오로그룹 공동 설립자 및 보드멤버다. COE(Cup of Excellence)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랩커피 &로스터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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