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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효도 보다는 관심 받기 더 원해"

연말기획:한인사회 소외된 노년의 삶 <3>

"더 살아 뭐해·내 편이 없어"
연말연시에 우울증 심화
'노인 넋두리' 아닌 '절규'
"전화 몇 통으로도 삶 의욕
가족·사회가 노년 자존감
회복에 세심하게 배려해야"


김영순(84) 할머니는 "이제 와서 큰 물질적 효도 바라지도 않아. 전화 몇 번씩 꼬박꼬박 해주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만나면 그나마 살아갈 맛이 생겨. 우리 며느리는 한 달에 2~3번 꼭 찾아와서 내 얘기 한두 시간씩 들어줘. 노친네 얘기가 얼마나 지루하겠어? 그래도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나면 속이 후련하고 사는 거 같아"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미선(71) 할머니가 맞장구를 쳤다.

"아들놈이야 바쁘니까 한두 달에 한 번 보면 감사하지. 며느리가 손주 데리고 와서 과일 깎아 먹고 커피 한 잔 하면 든든하고 행복해." 두 할머니는 '사람 냄새'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SSG(Special Service for Groups)의 정신건강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인 APTCT의 노인 전담팀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자의 60%가 한인이다. APTCT의 제프리 박씨는 "상담을 해보면 거의 모든 한인 시니어가 우울증세를 겪고 있고 죽음,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인 우울증은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새해맞이 등 가족이 모이는 연말연시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시니어 우울증

어르신들의 "죽고 싶다"는 말은 괜한 노년의 넋두리가 아니다. 가족과 사회에 외치는 절규다.

상담 전문가는 시니어 우울증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우선 '더 살아서 뭐하나'라는 희망상실형(Hopeless)이다. 늙고 병들어 타인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자아가 약해진다.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 이 증상은 더 심해진다. 막장 속의 컴컴한 소외감.

다음은 '내 편이 없다'는 고립형(Helpless)이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사는 노인이 가장 취약하다. 이들은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시니어 우울증은 단순히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질병·외로움·빈곤·소외감 등 신체·정서·경제·사회적 여건이 숙성되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은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의 중장년도 그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한인가정상담소 안현미 상담사는 "시니어 스스로도 행사, 모임에 적극 동참하고 활발한 친교 등 사회활동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가족과 주변 사람은 일주일에 2~3번이라도 꼬박꼬박 전화하거나 방문해 시니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시니어가 '관심받고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계속 일깨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학적 기준의 우울증 항목은 ▶슬프고 울고 싶은 감정 ▶평소 흥미를 느꼈던 활동 관심 저하 ▶체중 및 식욕 변화 ▶과한 수면 또는 불면증 ▶무기력증 ▶자존감 저하 및 잦은 죄책감 ▶사고력 및 집중력 감퇴 ▶자살 등 죽음 관심 ▶삶의 의욕 상실이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LACDMH) 안정영 상담사는 "위 항목에서 5가지 이상 증상이 2주가 넘도록 계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우울증을 겪으면 주변에 도움을 적극 요청하고 초기에 치료해야 자살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재·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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