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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특별한 친구

몹시 추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추운 날에도 밖을 내다 보면 변함 없이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가 아니고 그들이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지나간다. 실상은 그들이 키우고 있는 친구를 산책 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비닐 봉지도 하나 감싸 들고 찬바람 맞으며 걸어간다. 무슨 이유가 있어 그런 번거로움과 귀찮은 뒷바라지를 감내하면서 같이 살고 있는지 묻게 된다. 찬바람 부는 아침 그렇게 사이좋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웃음 머금고 바라보며 친구를 생각해 본다.

친구라는 말은 마음을 편하게 한다. 친구를 만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즐거울 때, 괴로울 때, 기쁠 때, 슬플 때 옆에 있어주어 그것을 나눌 수 있어 친구는 좋은 존재다. 외로워질 때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되고 쓸쓸함이 해소되는 친구가 없다면 세상살이는 더 없이 적막해 진다. 한국말은 상대에 따라 높낮이가 있다. 높이는 말을 해야 하는 윗사람이 있고 낮추는 말을 하게 되는 아랫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 두 경우 모두 아주 편안한 상대라고 볼 수 없다. 높이는 말도 낮추는 말도 아닌 그저 편하게 하는 같은 높이의 말을 하는 상대가 친구다. 친구는 우리말의 반말에 해당하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는 관계다. 친구가 옆에 있으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참된 친구를 찾지 못하는 아들을 데리고 가짜 죽은 사람을 짊어지고 자신의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가 있다. 조금도 주저 없이 친구의 어려움을 감싸 안는 아버지의 친구를 보고 아들은 진정한 친구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는 이 이야기는 친구라는 것이 믿을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해주고 있다. 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허물도 보여줄 수 있는 신뢰의 관계가 친구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어지러운 세상에서의 삶도 조금은 반듯해 질 것 같다.



사람들이 정착 생활을 하며 기르기 시작한 동물을 가축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가축의 힘을 이용하거나 그것들의 생산물을 이용한다. 식량으로 쓰거나 의복을 만들거나 이동 수단으로 또는 다른 용도의 물품을 만들어서 사용한다. 그런데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동물 중에 그런 용도에서 벗어나는 친구가 있다. 특정 지역에서는 식량으로 삼거나 교통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보통은 그런 용도가 없으면서도 오랫동안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다.

말 그대로 친구의 역할을 하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특별한 것이 우리가 '개'라고 부르는 동물이다. 때로는 이것의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이용하여 특수한 일을 맡기기도 하지만 그것도 결국 함께하는

친구의 성격을 갖고 있다. 개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비하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개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말로 그 좋은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도 잘 믿지 못하는 존재로서 인간은 사람을 대할 때 불편한 경우가 꽤 많다. 그러나 함께 사는 강아지를 대할 때는 조금도 불편함이 없다. 언제나 변함 없이 주인을 좋아하고 따르는 그 모습은 사람보다 나은 친구로서 모자람이 없다. 변함 없이 주인 편이며 불평 없고 끝까지 곁을 지키는 이 동물은 가축이라고 부르기 보다 식구라는 이름으로 부를 만큼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갖는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친구가 되어 준다. 우리들의 동행이며 지킴이이고 어리광이자 도우미이며 상담가이고 말 상대이자 위안이고 즐거움이다.

우리는 언제나 특별한 친구를 그리워 한다. 편안하고 믿을 수 있고 함께하면 즐거운 친구를 원한다. 그러다가 사람의 말은 못하지만 그런 좋은 성품을 지닌 견공을 친구로 삼는다. 그래서 찬바람 부는

날도 마다 않고 동네 길에 나서며 같이 걸어가는 시간을 갖는다. 2018년 개의 해 무술년에는 말도 통하는 특별한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자신이 또한 누구의 특별한 친구가 되어 주는 그런 좋은 품성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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