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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귀농

한 숟가락 흙 속에/미생물이 1억 5천 마리래!/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알겠네 내가 더러 개미도 밟으며 흙길을 갈 때/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이 실은/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정현종 시인의 '한 숟가락 흙'전문

요즘 들어 귀농(歸農)이니 귀촌(歸村)이니 하는 말들을 자주 듣게 된다. 도시생활을 하던 이들이 어떤 연유에서건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가 농사를 짓거나 특수작물을 가꾸며 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내 주변에도 귀농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이들을 꽤 있다.

일전 한 모임에서 귀농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귀농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전문직에서 꽤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남자들도 빨리 은퇴해 시골로 가서 농촌생활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런 생각의 저변에는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팍팍한 현실을 탈피하고 싶기도 하고 농촌생활에 대한 막연한 목가적 향수가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귀농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귀농을 돕는 단체들도 생기고 농촌생활의 지침서라 할 수 있는 사례를 공유하는 모임들도 많다. 근데 눈길을 끄는 것은 '흙을 바로 알자'라는 흙에 관해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충고다.



흙을 바로 안다는 것은 흙의 생리를 아는 것이다. 흙에 관한 지식이고 흙에 관한 관찰이다. 그러나 선행돼야 할 일은 흙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 흙을 다루는 마음, 흙에 대한 경외심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일은 사람의 일 이전에 하늘의 몫이니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 한 숟가락의 흙에 '삼천대천세계'라는 무한함이 들어 있다. 흙은 생명이다. 하나님은 흙으로 사람을 빚으셨다. 흙을 알고 이해 한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관심의 척도이기도 하다. 특히 봄철의 흙이란 무한한 생명의 보고 아닌가.

시골 출신의 사람들은 유년의 기억 속에 들어 있는 농촌의 풍경이 밑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가난하고 불편했던 기억들일지라도 내칠 수 없는 따뜻함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다시 시골로 돌아가 흙과 친하게 살고 싶어지기도 한다. 가장 자연스럽고 소박한 삶이 농사를 짓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에 순응하며 흙에 대한 믿음과 흙의 신성함을 깊이 느끼며 산다면 훨씬 겸허한 마음을 지니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농촌을 동경하는 마음 한 가운데는 노후에 대한 불안도 한 몫 한다. 백세 시대라는 장수 시대에 노년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상당한 근심거리다. 경제적 뒷받침도 필요하겠고 함께할 동무도 필요하겠지만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도 큰 숙제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이런 저런 조언들이 있지만 생산성 있는 일을 찾아내기란 쉽지가 않다. 특히 일만 하던 남자들에게 남아도는 시간이란 상당히 곤혹스런 일이기도 할 것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남편도 요즘 귀농에 관해 무척 관심이 많아졌다. 그는 시골 생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귀농을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이런저런 사례들을 통해 뭔가 새로운 삶을 찾아보려는 것 같다.

흙을 만지는 시기가 됐다. 흙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은 흙의 효용성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흙이 주는 이득에만 빠져 함부로 구는 사람은 아니다. 텃밭을 가꾸는 작은 일에서부터 흙과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해보는 사람이라면 흙에 관해 남다른 애정과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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