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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월드컵과 대한민국의 축구

월드컵 축구대회는 지구촌 모든 나라들의 꿈의 향연으로 국제 스포츠 축제의 최고봉이다.

우리나라의 축구 역사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36년간 일제치하에서도 경성(서울)과 평양, 함흥으로 이어지는 3개 도시의 축구대회에서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배출했고 일본에서 개최되는 전일본 선수권대회에서 항상 한국팀이 우승하는 등 아시아권에서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은 한국팀과는 거리가 먼 변방 축구에 불과 했으나 경제부흥과 함께 지금은 한국과 비슷한 대등한 수준의 축구 강국으로 우리를 넘겨다 보고 있다.

그간 한국 축구계는 축구 진흥의 보루인 축구협회의 선수 선발 등 여러 가지 내홍으로 수많은 진통을 겪으면서 몸살을 앓은 경우가 많았다. 선수 선발에 따른 금전적인 비리와 인과관계에서 비롯되는 협회 내 임원간의 부조리 등 국가축구 발전에 저해 요소와, 축구의 다변화와 국제축구의 새로운 면을 받아드리는데 소홀한 점이 많았던 것은 한국축구 진흥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제 한국축구는 여러 가지 고질적인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축구는 감독과 11명 선수가 하는 것이지 선수 한 사람이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손흥민이 있으니까"라는 데 손흥민 혼자 11사람의 몫을 할 수는 없다. 손흥민은 그의 기량과 투지로 골을 넣을 수 있는 삼박자가 필요하다. 그는 현재 영국의 토튼햄팀에서 많은 골을 넣으며 활약을 하고 있다. 토튼햄의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이 어느 때 어느 상황에서 골을 넣는지를 잘 알고 적당히 활용할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손흥민이 조국의 국가대표팀에 와서는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그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모르는 감독에 의해서 발에 족쇠가 채워져 힘든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호나우드 또는 메시가 상대팀을 휘젓고 다니는 세계적인 선수인 것처럼 손흥민과 발을 맞출 수 있는 선수 기용과, 관운장의 적토마와 같이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줄 때 그의 진가가 빛을 나타낼 수 있다. 애당초 스웨덴을 재물로 잡고 멕시코와 이기던 비기던 독일과 잘해서 비기면 16강에 오를 수 있다는 허망한 생각은 한낱 공상에 불과했다. 한국이 스웨덴과 멕시코에 지고 엉뚱하게 독일에 승리한 것은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한 괴변이었다.

아시아권에서 항상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이란의 경우 수준 있는 경기로 잘 싸우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그들은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돼있다. 일본 선수들이 조별예선 경기에서 보여준 수준은 왕년의 한국선수들의 투지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으며, 선수간 잘 다듬어진 숏패스로 공간을 뚫고 들어가 중앙돌파를 시도하는 모습과 끝 공간 라인까지 헤집고 들어가 슛을 날리는 모습은 과거 일본선수들이 하지 못하던 기술을 유연하게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유럽식 축구를 답습하고 당당히 16강에 진출한 것을 우연으로 보면 안 된다.

반면 우리 한국팀은 투지가 보이지 않았다. 패스도 부정확하다. 개인별 압박수비가 보이지 않는다. 상대수비를 뚫지 못하니 계속 아군진영으로부터 롱킥 센터링을 시도한다. 1960~70년대 센터링 축구의 시대는 한물간 축구로 세계 축구 강국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스웨덴에 지고 체구가 비슷한 멕시코 선수들에 밀린 이유는 한국축구의 투지가 상실된 때문이다. 독일을 이기고 1승을 거두며 조3위로 경기를 마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세계 축구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전체적으로 새롭게 재개편해야 한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자부심에서 벗어나 이란과 일본이 일취월장한 세계 축구계를 똑바로 직시하고 한국축구의 중흥을 다시 한번 기약한다면 2001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영광을 넘어 월드컵을 쟁취하는 우승국으로 당당히 우뚝 서게 될지도 모른다.


권병국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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