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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때려치워라

플로리다를 떠나 뉴저지 집에 온지도 거의 두 달이 되 가건만 마음은 아직도 서성거린다. 정신적인 것이 안정되지 않고 흔들리면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흥미를 잃게 된다.

매일의 삶은 그런대로 바삐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고 부산한데 80 고개를 넘는 전초전(前硝戰)이라도 하려는가 모든 일이 싱숭생숭하다.

"우리 나이에 스트레스 받는 일 같은 것은 이제 고만 합시다! 무엇을 배우고, 만들고 하는 것은 이제 고만하고 아니 때려치우고 부담 없이 몸과 마음에 많이 웃는 운동 같은 것이나 합시다!"

그녀는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고 어느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우리 노년의 삶에 활력을 주는 일들을 가르치고 있다. 코넬대에서 사회심리학을 연구하는 토마스 길로비치는 우리 인간은 항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 한다고 지적했다. '해야 할 일'이야 얼마나 많은가. 그것은 우리의 사는 날까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못 했을 때 우리는 더 후회하고 삶을 우울하게 만들며 영혼을 서서히 잠식한다고 했다.



늙을수록 별의별 잡다한 삶 속에서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긍정적으로 살려고 애쓰고 있지만 때론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 요즈음 이 서성거리는 삶 속에서 신비스럽게 터득한 일이 있는데 예전처럼 배추김치를 담그고 총각김치를 만들며 싱싱한 오이를 보고 심심한 오이지를 만드니 그 흐르는 맛 속에 나의 '하고 싶은 일'이 물처럼 자연스레 흐르고 있음을 느끼며 소나무 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은 학(鶴)의 모습이 그지없이 청초하고 아름답게 보여 끝없이 바라보고 있다.

2014년 여름 LA 사는 시누, 샌호세에 사는 큰시누와 나는 서울에 사는 막내시누와 합세해 세계 4대 고도(古都)라는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서안을 방문해 신비한 제국의 신화라는 진나라 진시황의 2200년 전의 제국 군사 병마용갱을 둘러보며 서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로부터 2년 후 건강하든 큰시누는 뇌일혈로 갑자기 쓰러져 거동이 불편하고 LA의 시누 또한 2년여의 긴 투병 생활을 해 오고 있으니 그렇게도 바라던 제2의 나들이는 쉬고 있는 상태다. 큰시누는 그래도 정신이 맑아 '언제나 우리가 바라던 여행을 같이 할 수 있을까…' 가슴이 저려온다.

우리는 늘 보상(報償)을 바란다. 정성과 사랑으로 누구를 도와주면 물론 그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닐지라도 마음 한편은 그 자리를 늘 기억한다. 나의 가까운 한 친지는 오래 전 일이지만 도와준 그가 이제는 일이 잘 풀려 넉넉한 입장인데도 모르는 체 하는 것이 늘, 섭섭하다고 한다. 나는 섭섭한 그 마음까지도 그러려니 하고 '때려 치라' 고 일갈한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 진다.

나는 요사히 주변의 모든 일 들을 '그러 려니…' 하며 산다! 우리가 서서히 늙어가는 것도, 친구들을 자주 못 만나는 것도. 다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오늘을 살수 있으니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고 노래한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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