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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실패는 나의 힘

아침 저녁으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고 밤엔 홑이불을 찾게 된다. 여름에 이어 가을이 오는 계절의 순환이란 큰 수레바퀴가 어김 없이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아침 저녁으로 거리를 걷다 보면 제법 서늘한 바람을 맞기도 한다. 그리고 그 거리에서 더 젊었던 날들의 못다한 꿈들이 생각날 때도 있다. 청순했지만 그래서 서툴렀고 마음만 급했고 능력은 따라주지 않았던 더 젊었던 날들의 조각 조각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이루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던 그 많은 꿈들과 시도들도 떠오르곤 한다.

그러나 나의 모든 실패들, 산산이 부서져 내린 젊은 날의 꿈과 소망들은 헛된 것만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그 동안의 수많은 실수와 실패 속에서 배워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그처럼 무참히 부서져 내렸던 모든 꿈의 조각들과 잔해들은 흩어지지 않고 남아 지금 내가 다른 꿈을 꾸어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주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산산이 파편이 되어 이제 어디에도 소용이 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의 모든 실패의 부스러기들은 그 자리에 남아 더 부서져 그리고 흙이 되어 내가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설수 있는 토대가 되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거듭된 시련과 좌절속에서 어떻게 걸음을 떼어 놓는지를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은 날 성장시키고 내 걸음을 붙들어 준 것은 내가 거두었던 그때 그때의 작은 성공들이 아니라 그 수많은 실패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가 나의 여정의 끝이어서 더 갈 곳이 없다면 더 이상의 시도도 꿈도 기대도 없을 것이니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 상처를 받을 일도 없을 것이고 또 한번 좌절을 겪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발자국이라도 더 앞으로 내어 딛기 위해서는, 한 걸음이라도 전진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실패를 무릅써야만 했었다는 것과 그것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할 것 같다.

나에게 좌절감만 가져다 주었던 더 젊었던 날들의 꿈들은 모두 다 헛되기만 했던 것일까? 그들이 지고 난 뒤 그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꿈들을 피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주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나의 모든 꿈들은 지고 나서도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같은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직도 못다한 꿈들이 있다면 그 부스러기들이라도 모아서 다시 한 번 꿈을 꾸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곳이 아니라도 다른 때, 다른 데서라도 다시 꽃피고 열매 맺어볼 수 있게끔.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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