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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버리지 않았으면 한 말

며칠 전에 한글날이 지났습니다. 한글과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졌기 바랍니다. 표준어 규정을 보면 '삼고'와 '버림'이란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표준어 사정 원칙을 밝힌 것으로 어떤 것을 표준어로 삼고, 어떤 것을 표준어에서 버렸는지를 보여줍니다. '취하고'와 '버림'이라는 말도 자주 등장하는데 좀 차이가 있습니다. 취하고와 버림은 비슷한 표기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삼고와 버림은 비슷한 단어 중에 하나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의미입니다. 표기법이야 혼동이 되니까 하나를 버릴 필요가 있지만 서로 다른 단어의 경우라면 살려 쓸 수 있는 것은 살려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삼고와 버림의 기준은 주로 생명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게 많이 쓰이면 살려 두고, 어떤 게 적게 쓰이면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설명은 납득할 만합니다. '버림'에 해당하는 어휘는 잘 안 들어본 어휘거나 어색한 어휘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칙은 좀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건 바로 22항의 원칙입니다.

22항은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해당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원칙입니다. 물론 반대의 원칙도 있습니다. 21항이 바로 그 경우입니다. 21항은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고, 그에 대응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용도를 잃게 된 것은 고유어 계열의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원칙입니다. 고유어 계열이나 한자어 계열이나 똑같은 단어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외래요소와 경쟁에서 고유어가 밀려나는 것은 좀 마음이 안 좋습니다. 우리 것을 잃어버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고유어 단어만 표준어로 삼은 예를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까막눈은 한자어계로 '맹눈'이었습니다. 맹(盲)이 한자어였죠. 용케 까막눈이 살아남았네요. 잔돈은 '잔전'이라는 말로도 쓰였습니다. 전(錢)이 한자어네요. 비슷하게 푼돈도 '푼전'이라는 말과 경쟁해서 살아남았습니다. 현재 '맹눈, 잔전, 푼전'은 당연히 표준어가 아닙니다.



반면에 고유어가 사라지고 한자어계가 살아남은 단어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어휘들은 고유어로 살려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안 그래도 한자어나 외래어를 순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는데, 기왕에 있었던 어휘를 버릴 이유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겁니다. 또한 다시 바꾼다면 그 때 버렸던 어휘 중에서 찾아 쓰면 좋을 듯합니다.

한자어 계열과의 경쟁에서 사라진 어휘를 살펴볼까요? 겸상에 밀려서 '맞상'이 사라졌습니다. '맞'이라는 표현이 '마주, 맞다, 마중' 등에 남아있으므로 살려 쓰면 어떨까 합니다. 단벌에 밀려서 '홑벌'도 사라졌습니다. 부항단지에 밀려서 '뜸단지' 역시 사라졌습니다. 부항과 뜸의 의미는 차이가 나타나는데 나누어 써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양파의 경우는 어떤 말이 사라졌을까요? 사라진 말은 '둥근파'였습니다. 살려볼 만하지 않나요? 윤달은 '군달'이 있었고, 칫솔은 '잇솔'이 있었습니다. 모두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단어인 것 같습니다. 한자어 계열의 단어는 몰라도 고유어 계열의 단어는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살려 보면 어떨까 합니다. 버려진 말 '맞상, 둥근파, 군달, 잇솔'을 기억해 보세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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