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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토크] 칵테일 사랑

나는 반주를 좋아한다. 반주(飯酒)란 식사와 곁들여서 마시는 술이다. 나는 식사를 하기 전에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므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것은 식전음주(食前飮酒)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내가 어쩌다가 생선회나 냉채같은 좋은 안주거리를 마련하는 날이면 나는 으례히 스카치 온더락이나 마티니 스트레이트업 한 잔을 식사 전에 마신다. 별식의 안주가 없는 날 저녁에는 치즈 한 조각을 물기도 하고 굵은 멸치나 황태 조각을 천천히 씹어서 안주로 삼는다.

감기 같은 것으로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칵테일 한 잔 만들어 마시고 싶은 생각조차 안 생기는 걸 보면, 술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할 때 더 즐기게 되는것 같다. 그리고 식전에 술을 한 잔 마시면 기분이 좀 좋아지고 마음도 너그러워져서 식탁의 분위기가 나아지고 식사시간이 더 즐거워진다.

내가 칵테일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물론 미국에 온 이후 부터이다. 도미하기 전 고국에서 술을 마신 것은 3년간의 공군장교 시절과 2년 반 정도 직장생활을 할 때 였다. 친구들과 어울려서 혹은 직장의 업무 관계로 술을 마시는 기회가 많았지만, 지금과 같은 양주를 접할 기회는 드믈었다.



내가 도미한 것은 1973년인데, 그 이후 고국에서는 폭탄주라는 것이 크게 유행해서 폭음하는 음주자들이 꽤나 있는것 같다. 미국에서도 드믈게 친구들과 함께 상당히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실 때가 있지만 폭음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각종 양주를 큰 돈 들이지 않고 살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집에서도 손싑게 칵테일을 만들수 있다. 나는 혼자서라도 철따라 다른 칵테일 한 두잔 만들어 마시는 것이 하나의 취미요 즐거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통과의례처럼 치루는 폭음 스타일의 음주는 공군장교 시절이었다. 그때는 봉급이 별로 많지 않았으므로 주로 소주를 마셨고,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는 소주로 전작(前酌)을 하고 어느 정도 취기를 느낀 후에 맥주홀로 들어서곤 하였다.

특히 군복무 중 연말이면 공군 본부의 과장댁에서 파티를 열었는데, 그때 많은 종류의 양주맛을 보게 되었다. 미공군 고문단으로 한국에 파견된 미군 장교와 하사관들이 우리의 파티에 올 때 양주를 몇 병 들고 오기도 하고 이들에게 부탁해서 파티용 술을 따로 사기도 해서, 파티 때는 이름도 생소한 양주병들이 따로 상 하나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는 누구나 칵테일에 대한 상식이 없던 때라 그저 얼음 조각에 양주와 콜라를 타서 이것 저것 한 잔씩 골고루 맛보는 식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양주 파티였던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술을 전혀 못하는 사람, 술은 마시되 식사를 먼저해서 배가 부른 다음에 마시는사람, 나처럼 식사 전에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 식사를 하면서 맥주 한 잔 정도로 만족해 하는 사람 등 술에 대한 기호와 음주 습관이 각양각색이다.

서양사람들은 식사 전에 무슨 종류든 간에 드링크를 꼭 하는 식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 드링크가 술이면 Alcohol Beverage가 되고 술이 아니면 Soft Drink가 된다. 술도 약한 것을 원하면 맥주나 와인이 나오고, 칵테일은 독한 것도 있지만 알코올 도수가 아주 낮은 것도 있다.

집집마다 의식주 생활에 따른 고유의 양식과 그 가풍이 있기 마련인데, 손님에게는 역시 식전에 칵테일 한 잔이라도 편하고 여유있게 마실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접대의 첫 걸음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자기가 독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손님에게 청량음료나 맥주만 권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레드와인은 항산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인체의 노화를 지연시키고, 소량의 알코올 성분은 심장병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되어 있다. 술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무슨 술이든 한 두 잔 정도 마시는 사람들이 더 장수한다는 의료 통계도 나와 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이런 통계를 믿고, 매일 저녁 와인이나 칵테일 한 두 잔 정도는 마음놓고 마시는 것이다.

한편, 술을 전혀 마시지 못 하는 사람에겐 해당이 안 되겠지만, 저녁식사 전에 칵테일을 한 잔 만들어 마시는 마음과 시간의 여유를 갖게 되면, 미국의 이민 생활이 그렇게 삭막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에서 멋진 음주문화를 즐기기 원하는 독자들께 애주가의 한 사람으로 칵테일에 대한 상식을 전하기 위해 '칵테일 토크'라는 칼럼을 격주로 연재키로 한다.


김창수 / CPA·KEB 하나은행 USA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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