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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오동나무 희망가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 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 사람 없어 비워 둔 의자는 없더라' 요즘 출세 못하고 힘없이 뒷북만 치는 소시민, 내 신세가 화딱지 난다. 떠나와도 고향은 언제나 금수강산이고 고국은 목에 걸린 가시처럼 아픈 내 나라다.

권력의 중심에 선 사람들의 거짓과 속임수, 찬란하게 포장된 무능과 역사의식, 끈 떨어진 풍선처럼 나무에 걸려 휘날리는 진실, 목소리 크고 비상식적인 사람들의 미친 망발과 허언, 짜고 치는 고스톱의 승부수와 역전승, 제 편 살리기와 편짜기, 편견과 광기에 사로 잡힌 간신들의 내로남불, 반성과 깨달음은 커녕 사태 파악도 못하는 앵무새 발언, 올바른 정보 건지기도 힘든 판국에서 세상 돌아가는 것이 하수상히고 꺼림직해서 뒤죽박죽 누가 옳은지 틀린지, 참말인지 거짓인지, 정의인지 난동인지 구별이 안 간다. 권력에 맛들인 자들은 나라와 국민을 농락하고 우습게 보며 자리 보존하기 급급하다.

국내외 외교 및 경제 사정으로 한국은 총체적 난국이다. 난세에는 간신이 춤춘다. "간신은 당대에 번영을 남기고 충신은 후대에 기억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충신(忠臣)이란 충성스러운 신하다. 임금이 올바른 정치를 하지 못 할때 목숨 걸고 바른 말 하고, 자신의 안위에 연연하지 않고 나라 일에만 종군한다. 충신은 군자의 기풍을 지니고 불의를 보면 결코 참지 않는다. 온유하고 인자하여 따뜻하게 감싸주지만 정도가 아닌 일은 죽음도 불사한다. 검소하고 청렴하여 재물 보기를 돌같이 하며 백성들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간신'은 간사(奸邪)하고 간악하며 능력 아닌 아첨으로 권력을 얻고 권력을 이용하여 재물을 얻고 지위를 높여가는 데만 주력한다. 정치나 외교, 경제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애를 써 나라가 망하는데 일조한다. 역사는 공차기 기술 하나로 권력을 얻은 간신 '고구'와 저포놀이로 재상에 오른 '양국충'의 행각을 소상히 기록한다.

오동나무는 재목이 가볍고 유연하며 탄력 있고 강도나 마찰에도 견디는 힘이 커서 책상.경대.서랍 등 좋은 목재로 쓰임 받는다. 옛날 조상들은 딸을 낳으면 마당 한 구석에 오동나무를 심고 딸이 혼인 할 쯤이면 잘 자란 오동나무를 배어 장롱과 경대, 함을 만들어 딸을 시집 보냈다. '오동남게 걸려 오도가도 못한다'는 점 찍어 둔 이웃 처녀에게 마음을 빼았겨 그 처녀 주변을 떠날 수 없다는 뜻이다.



들어갈 때는 멋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빠져 나올 구멍이 없으면 낭패다. 교착에 빠진 북미회담과 구멍난 한국 외교는 앞날과 해결책을 예상하기 힘들다. 이웃집 처녀에게 반해 김치국 마시는 '오동나무 환상' 외교를 겸허하게 반성하고 실리적이며 자국의 이익에 충실한 외교로 전환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오동나무 사랑 타령은 남녀 관계에만 효능하다. 국가간에는 실리와 자국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오동나무는 소리를 전달하고 공명하는 힘이 뛰어나 거문고.비파.가야금 등 악기 제조에 적격이다. 돌이 많은 산간에서 자란 오동나무가 집 가까이나 비옥한 땅에서 자란 오동보다 소리가 맑고 잘 울려 돌밭에 자란 오동은 격이 높다. 우리 국민은 돌밭 자갈밭 황무지에서 기적을 일궈냈다.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이 억울해도 참고 견디는 것은 청아한 소리 울리는 내일의 희망을 믿기 때문이다.

'매화는 아무리 추워도 함부로 그 향기를 팔지 않고, 오동은 천년을 묵어도 항상 아름다운 곡조를 지닌다.' -조선 문신 신흠의 '야언집' 중에서.

봉황새는 대나무 열매만 따먹고 집은 오동나무 가지에만 짓는다고 한다. 수많은 나무 중에 봉황새가 깃들 정도로 품격 높고 고아한 오동나무 희망가로 망향의 시름을 달랜다.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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