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푼타카나 풍경

해변을 따라 모래 위를 달리는 기분은 또 다른 느낌이다. 모래는 채로 걸러 놓은 찹쌀가루처럼 부드러워 맨발로 달렸다. 파도에 밀려 부딪치는 바닷물이 친근하게 장딴지를 만지작거린다. 해뜨기 전부터 바닷가에 밀려온 해초를 치우는 사람들, 비취 의자를 정리하고 또 다른 관광 스케줄을 설명하는 세일즈맨. 바닷물 출렁이는 소리보다 일하는 손길들이 더 바쁘다. 5~6마일을 달렸을까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비슷비슷해서 호텔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손목에 채워준 호텔이름이 있어 일하는 사람들이 방향을 설명해준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의자에 올려놓았는데 누군가 가져가 버렸다.

숨을 몰아 쉬고 있는데 어느새 해가 바다 위로 올라왔다. 아침인데도 바닷물이 차지 않다.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보다 선크림을 반질반질하게 바르고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호텔 앞자리는 순식간에 자리가 차 버렸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고 바닷가로 나갔다. 바람이 불지 않아 파도가 심하지 않고 아침보다 물의 온도가 차다. 에메랄드빛 물을 따라 바다 안으로 들어갔다. 수영을 못하는 무리들과 물장난 치고 파도 타면서 즐기는 맛도 좋았다.

야자수 나무들은 잘 손질되어 있다. 그냥 가로수로 서 있는 야자수와는 전혀 다르다. 아주 예쁘고 균형 있게 손질되어 있다. 정원수들도 짧고 고르게 정돈되어 있고 꽃이 핀 봉오리에서 꽃잎을 한 잎 두 잎 따 하얀 식탁 위에 뿌려져 있다. 가족들이 많이 왔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초저녁에 하고 조금 쉬었다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마이클 잭슨으로 분장하여 잭슨 쇼를 하고 진행자가 아주 능숙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박수와 몸동작으로 호응을 얻어 즐거움을 더했다.

하루 종일 리조트에서 먹고 풀장에 뛰어들어 놀고 나와서 선탠하고 참 한가롭게 보내는 사람들이다. 우리 일행은 구경 삼아 쇼핑센터에 들렀다. 대단한 것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 했는데 몇 바퀴를 돌아도 빈 손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리조트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앞에서 끄는 칸막이 차를 타고 움직인다. 그것도 내리고 타고 서류를 주고받고 시간이 걸린다. 우리처럼 빨리 빨리는 없다.



저녁 바다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아침이나 저녁 온도 차가 없다. 밤바다 출렁이는 가락에 맞추어 동요도 부르고 옛날 가요도 불러보다가 가사를 잊어버려 그냥 흥얼거린다. 밤인데도 불이 환하게 켜있어 혼자 앉아 있어도 무섭지 않다. 영화를 찍는지 잡지 사진을 찍는지 수영복을 입고 포즈를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는다. 남녀 아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동작이 다르다. 가느다란 허리에 쭉 뻗은 다리 누가 보아도 여배우 같다.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구루마는 칸막이가 2~3개 연결되어 있다. 호텔과 호텔 사이 길이 좁아 구루마는 달리다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를 발견하면 재치 있게 한 쪽이 조금 넓은 곳에서 기다리면 반대 방향에서 오는 구르마가 지나간 다음 움직인다. 사람들은 5분 거리도 걷지 않으려고 한다. 구루마는 쉬지 않고 왔다 갔다 하루 종일 움직인다.


양주희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