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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한국식 엄마, 미국식 엄마

조카 한 명을 고등학교 3년간 데리고 있었다. 주로 대학생들에게 조카 영어과외를 맡겼는데 한동안 이웃에 사는 고등학생인 메건에게 과외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메건은 지금 UCLA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그의 엄마는 리더십이 강하고 여러 면에서 모범적인 분이었다.

메건이 우리 집에 오면서 여러가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미국 엄마들의 가정교육이 항상 궁금했다. 한번은 아침 밥을 어떻게 먹고 가냐고 물어봤다. 모든 식구들이 아침에 시리얼이나 팬케이크를 각자가 먹고 간다고 했다. 엄마는 아침에 함께 식사를 하지만 깨우거나 식사를 차려 주지는 않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늦잠을 자서 걸어 학교에 간 적이 있어 늦잠 자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스스로 학교를 다니는 것과 엄마가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불러 깨워서 밥 먹여 보내는 것이 당연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잠에서 깬 아이가 아침을 거르고 학교를 가면 행여 몸이 상할까 봐 한술이라도 떠먹고 가게 하려고 마음을 졸였다.

식구들이 각자 아침을 해결한다면 얼마나 인생이 편해지겠는가.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 출발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시작은 두 살부터(한국 나이로 세살)이다.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이 있다. 천사 같던 아이가 두 돌이 지나면서 ‘싫어, 안 할래’하면서 자기 주장을 하니 부모들은 아이가 반항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과 부모가 원하는 것이 다름으로 인한 갈등이다.

아동학자들은 아이가 두 살이 되면 자신이 부모와 다른 독립적인 인간임을 깨닫고 스스로 자아를 형성해 나가기 시작한다고 한다. 스스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때부터 부모는 아이들이 먹고 싶은 스낵이나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선택하게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 사과 먹고 싶어, 바나나 먹고 싶어? 빨간 셔츠 입을래 흰색 입을래?

바이올린을 잘 켜기 위해 또는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하는 것처럼 선택을 잘 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선택을 하고 잘못된 선택에 대한 안 좋은 결과를 경험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진 아이는 자라면서 매일 부딪히는 문제를 더욱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바나나를 먹을지 사과를 먹을지부터 고민했던 아이는 이제 삶에서 더 큰 문제도 스스로 고민해서 현명하게 결정하고 책임지게 자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뜬 후부터 일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을까 하는 사소한 선택부터 시작해 매순간 수많은 결정을 한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내린 현명한 결정이 때로는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시시한 일로 여기고 행동을 미루다가 큰코 다치기도 한다.

설사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스스로 감수하고 남의 탓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현명한 결정을 하는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김지현 / 수학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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