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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올해의 사자성어 ‘我是他非’ <아시타비>

대학교수 단체가 발행하는 주간지 ‘교수신문’은 매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교수들이 추천한 후보를 놓고, 설문조사로 결정한다. 첫해인 2001년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연도별 사자성어는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 ▶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 ▶09년 방기곡경(旁岐曲逕) ▶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 ▶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 등이다. 대다수가 부정적이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가 그랬기에, 그런 사회에 걸맞은 사자성어가 뽑혔을 것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나는 옳고 남은 틀렸다’는 뜻이라 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어로 옮긴 신조어라는데, 유래야 어떻든 부정적이기는 매 한 가지다.

올해 탈락 후보 중 유독 눈길을 끄는 게 있다. 5위 천학지어(泉?之魚)다. ‘마른 샘의 물고기’라는 뜻인데, 대개 상유이말(相濡以沫, 거품으로 서로를 적심)과 함께 쓴다. ‘장자(壯子)’의 ‘대종사(大宗師)’ 편에 나온다. 가뭄이 심했던 어느 날, 길을 가던 장자는 바닥을 드러낸 샘을 지났다. 샘에서는 물고기가 등을 드러낸 채 허덕였다. 장자는 다음 날 다시 샘을 찾았다. 물고기는 배를 드러내고 있었다. 장자는 물이 완전히 마를 내일이면 물고기가 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다음날 물이 완전히 마른 샘에서 물고기들은 거품을 품어 서로를 적시며 버티고 있었다. 극한의 어려움 속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리 국민 신세가 천학지어였고,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노력이 상유이말이었다. 매사 아시타비하고, 당동벌이하고, 자기기인하는 정치권 공명지조들이 알기는 할까. 국민이 그렇게 버티고 있다는 걸. 더는 버틸 수 없게 될 경우 군주민수의 끝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장혜수 / 한국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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