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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하나님의 지식과 생의 허무-시편 103편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평생토록 "삶 그 자체”와 "삶의 의미”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한 소설가이자 사상가이다. 그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삶의 의미보다는 삶 그 자체를 사랑하라, 왜냐하면, 삶의 논리와 무관하게 삶 그 자체를 살아가야만 삶의 의미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고 주장한다. 살아가지 않고는 삶의 의미를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분명 타당하다. 그런데 삶의 의미를 미처 알기도 전에 삶 그 자체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해서 삶을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자들도 많지 않는가? 삶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미명 하에 거짓된 삶, 불의한 삶, 소비적인 삶을 정당화할 수도 있지 않는가?



인간의 지식과 삶은 구분되긴 하지만 결코 분리될 수 없이 서로 맞물려 있다. 하나님은 어떨까? 하나님은 우리를 얼마나 알고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실까? 모든 것을 다 아는 전지(全智)한 하나님이 우리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하나님의 지식에 대해서는 우리는 무관심한걸까?





시편 103편은 우리가 마땅히 알아야 할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총제적으로 잘 노래하고 있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를 용서하고 병을 고치며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고(3-4절),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하심이 풍부하며(8, 11), 부모가 자식을 불쌍히 여기는 것같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고(13), 그 인자하심이 영원까지 이어진다(17). 이 사랑의 하나님은 또한 정의의 하나님이시다. 공의로운 일을 행하며 억압당하는 모든 자를 위하여 심판하신다(6).



그런데 아쉽게도, 시편 103편에서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지식”은 단편적이다: 하나님이 우리의 체질을 아시며 우리가 먼지임을 기억하신다(14). 체질이라는 단어는 창세기 2장 7절에서 인간을 “지었다”는 단어의 명사형이다. “인간이 먼지다”는 것도 인간이 땅의 먼지로 지어졌고(창2:7) 먼지로부터와서 먼지로 돌아간다(창3:19)는 말씀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성경은 인간을 결코 먼지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창1:26-27), 생명의 숨결로(창2: 7) 지음받은 거룩한 존재다. 그렇다면 “인간은 먼지다”는 시편 103편의 노래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죽어서 한 줌 먼지로 돌아간다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잘 표현하고 있지만, 인간의 정신과 마음과 의지와 영혼조차 먼지로 이해해야하는가? 인간을 “신체”의 현상으로 해석하는 현대의 물리주의(physicalism)를 성경이 뒷받침하고 있는가?.



시편 103편은 하나님이 인간을 왜 사랑하시는지를 잘 노래하고 있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그것은 바람이 지나가면 없어지나니 그 있던 자리도 다시 알지 못하거니와 여호와의 인자하심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영원부터 영원까지 이르며 그의 의는 자손의 자손에게 이르리니”(15-17절).



하나님은 인간의 높음과 낮음을 속속들이 다 아시지만 특별히 인간을 불쌍히 여기시는 이유는 인간의 죄악과 불행의 근원속에 먼지같은 인간존재의 덧없음이 자리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식이 우리에게 심지어 단편적으로 보이기까지 자신을 낮추어서 우리의 고통과 무의미를 깊이 헤아리신다. 이 하나님의 연민과 용서의 “행동”은 인간의 근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하나님의 “지식”을 근거로 한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 삶 그 자체를 꾸역꾸역 살아가거나, 부조리한 생을 포기하고픈 사람들에게, “삶은 먼지와 들의 꽃과 같이 허무하지만 우리를 창조한 하나님이 허무한 생의 근원을 잘 알고 계시며 우리를 한없이 불쌍히 여기신다”는 시편의 노래가 한 줄기 위로가 될 수도 있을까?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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