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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적당히만 외로울 수 있다면

외로운 멋을 가지고 떠 있는 섬이 있습니다

적당히 멀리서 바위를 바라보고

적당히 떨어져서 우는 바람을 휘감고

토해 내고 싶은 파도의 울렁임도 받아드리고





밀렸다 밀려오는 언어의 경련들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바이러스에

경계를 파고드는 고슴도치들의 긴장이 공포를 물고

입도 코도 없이 막힌 굴뚝에서

회전하고 있습니다



자기를 묻고 돌아오는 길에

잡초를 뽑고 꽃을 심다가 떠난 사람이라

그 말이 듣고 싶다

어찌

그 사람의 말이 기억에서 벗어나질 않는

비 시린 밤입니다



치열하게 싸우는 터널의 어깨 위로

추운 언어가 쌓입니다



비빌 것도 없는 벽을 두고 서 있는 앙상한 뼈대들

오가는 바람 사이에서

이끼도 키우고 거미줄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허물어진 벽에는 초록 잎이 어울린다고

함부로 욕심내지 않습니다



모두가 빛의 무늬에 쌓여 있습니다

적당히만 외로울 수 있다면

자연은 생명으로 재해를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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