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생활 30년차 성정숙씨 시인으로 등단
"신선한 사유의 시 세계"
신인우수작품상 수상
하지만 ‘어린아이의 마음’이 읽기 쉽고 가벼운 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 ‘여’는 차분한 목소리로 존재와 본질에 대해 성찰한다. 그는 “10대 시절 재미삼아 사전을 들춰보다 찾은 단어 ‘여(명사·물속에 잠겨있는 바위)’가 평상시에 잘 쓰이지 않는 단어임에도 가끔 생각이 났다”며 “이민 생활 중 만난 많은 사람이 ‘차가운 물살 저 아래/ 몸은 닳고 깎이면서/ 꼼짝할 수 없는 침잠/ 목메이던 오열도 가라앉히고(…)’ 있는 물속의 바위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서 ‘해인’ ‘사리’와 같은 불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그는 본인을 아끼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적인 사상에 친숙하다고 한다.
세 번째 작품 ‘나이테’에서도 그는 “어떤 것도 함부로 생겨나지 않았고/ 이 몸이 저 우주에 맞닿아 있다고(…) 내 속에 모든 나이테를 공유하는 것은/ 그 긴 시간의 유물이 머물고 있기 때문이겠지”라며 개인이 존재하는 이유를 우주와 연결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히는 시는 아니지만 일상에 지친 독자에게 “너도 소중하다”고 보듬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목소리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즐겨왔다는 성 작가는 은퇴 후 본격적인 문학활동에 나섰다. 그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계속 일을 해오다가 은퇴하니 우울해져 책을 가까이하던 중 이상하게 글을 다시 써보려는 마음이 들었다”며 “시는 사람과 세상을 보는 폭을 넓혀줘 소중하다”고 말해 앞으로도 꾸준히 창작활동을 계속 할 의사를 내비쳤다.
1943년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난 성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한국 미술사를 전공하고 같은 학교 대학박물관·국립박물관·MBC 방송국 등에서 일하다가 1974년 텍사스주로 유학 간 남편과 함께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 79년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한국의 어지러운 시국에 귀국을 미루고 뉴욕에 왔다. 1985년부터 2004년까지 뉴욕중앙일보에서 재직했으며 2014년까지 이영희한국문화박물관 관장직을 역임했다.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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