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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좌파…영국 노동당 보궐선거 4위 추락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6/12/12 미주판 4면 기사입력 2016/12/11 18:54

집단보다 나홀로 노동 많아져
유럽 정당 환경 변화 못 따라
사회당 올랑드 대선 출마 포기

영국 노동당이 부진하다는 건 구문이다. 2010년과 2015년 총선에서 연패했다. 하지만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이후엔 더욱 초라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열린 두 차례 보선 성적표가 그랬다. 지난 1일 런던의 부유한 선거구인 리치먼드 보선에서 자유민주당의 정치 신인 사라 올니가 보수당 출신의 강자인 잭 골드스미스를 꺾는 이변이 있었다. 그보다 덜 알려졌지만 또 다른 이변도 있었으니 노동당 후보가 선거 공탁금 500파운드(78만원)를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득표율 5%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4만1000여 표 중 1500여 표(3.7%)만 얻었다. 노동당이 이 선거구에서 오랫동안 열세였다곤 하나 공탁금까지 날린 건 처음이었다.

8일 잉글랜드 중부인 링컨셔 슬리퍼드 보선에선 노동당 후보가 4위로 밀렸다. 지난해 총선에선 보수당 후보에 이은 2위였으나 이젠 영국독립당(UKIP).자민당에도 뒤졌다.

노동당의 비보(悲報)는 이어졌다. 9일자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에 17%포인트 차로 뒤지는 25%로 나왔다. 2009년 이후 최악의 결과다. 제러미 코빈 대표를 지지한다는 의견은 16%였는데 테리사 메이 총리(49%)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노동당으로선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다"라고 위로할 수도 있다. 유럽 대륙의 주류 좌파 정당들도 어려운 처지여서다. 대표적 사례는 '파속화'(Pasokification)란 신조어를 낳은 그리스 사회주의 정당인 파속(PASOK)의 몰락이다. 2008년 유럽 재정 위기 이후 재정 긴축을 주도하면서 지지율이 급락, 2009년 160석의 1당에서 지난해 13석의 7당으로 쪼그라들었다.

프랑스에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4% 지지율로 인해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이탈리아에선 중도좌파의 마테오 렌치 총리가 개헌 국민투표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독일에서도 사회민주당(SP)이 2005년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CDU)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패배하기 시작한 이후 내년 9월 총선에서도 져 4연패할 위기다. 좀처럼 20%대의 박스권 지지율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스페인의 사회당(PSOE)도 20%대에 머물러있다.

이들은 현재 좌 또는 우, 혹은 양쪽 모두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에선 주로 극우 정당, 그리스.스페인에선 극좌 정당들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주류 좌파 정당들이 어려워진 건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였고 2008년 재정 위기 이후 더 심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권자들이 중도좌파 정부의 긴축에 짜증이 났으며,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EU 강화와 이민 환영 정책을 거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좌파 정당의 자양분이 됐던 토양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세기엔 노동자라면 공장 문을 열고 쏟아져 나오던 이들을 떠올리곤 했다. 유사한 노동 패턴에 유사한 여가.문화를 즐기는 비교적 균질한 집단이었다. 이들 사이에선 연대가 가능했고 또 강했다.

2000년대 들어선 이게 달라졌다. 노동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집단이 분화되면서 공통 분모랄 만한 게 줄어만 갔다. 여기에 세계화의 수혜는 대도시와 특정 산업에 집중됐다. 자동화의 폐해는 단순직에서부터 덮쳤다. 이른바 양극화다. 이제는 노동자라면 무한 경쟁에 노출된 외로운 1인을 떠올릴 지경이 됐다.

여기에 반이민.반난민의 인종주의 성향이 짙어졌다. 극우 정당이나 포퓰리즘(대중주의) 정당들이 힘을 얻는 이유다. 자유주의적 중산층과 노동자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던 좌파 정당으로선 후자가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이다.

보수당이 좌클릭을 하며 좌파 정책을 차용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가는데 비해 좌파 정당들은 새 맞춤형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언론인 존 해리스는 "만일 좌파 정당들의 현재 곤경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변화를 요구하는데 능하지만 어떤 변화여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는 미숙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21세기에 걸맞은 신념과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때때로 정당도 멸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좌파 정당들의 존립이 걸렸다는 의미다.

고정애 런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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