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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분노는 더 큰 분노를 낳는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샌프란시스코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3/08 09:47

‘쓰리 빌보드’를 보고

골든글로브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최다 수상을 한 ‘쓰리 빌보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가 아카데미상에서는 여우주연상 (프랜시스 맥도먼드)과 남우조연상 (샘 록웰), 2관왕에 그쳤다. 수상이 기대됐던 작품상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게, 각본상은 ‘겟 아웃’에게 돌아갔다. 모두가 차별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증거다.

미국 중부 미주리주의 가상 마을 ‘에빙’이 무대다. 강간 살해당한 딸의 범인이 7개월이 지나도록 잡히지 않고 있다. 수사 상황이 지지부진해 보이고 세간의 관심도 사라지고 있다. 엄마 밀드레드 (프랜시스 맥도먼드 분)는 통행이 뜸해져 방치돼 있는 노변의 대형 광고판 세 개를 빌려 항의 메시지를 싣는다. “(딸이) 강간 살해 당했다.”, “(범인이) 아직도 안 잡혔다고?”, “어찌 된 건가, 윌러비 서장?” 밀드레드의 바람대로 여론의 관심을 다시 끌게 되고 지역방송에서 광고판의 사연을 소개한다. 마을사람들은 밀드레드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녀의 행동을 불편해 한다. 더구나 존경받아온 윌러비 서장 (우디 해럴슨 분)은 췌장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서장을 떠받드는 막무가내 딕슨 경관 (샘 록웰 분)의 눈에 밀드레드의 행동은 도를 넘고 있다. 밀드레드는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틴다.

‘21세기 연극계 천재 작가’, ‘포스트 셰익스피어’라는 칭송을 들으며 토니상을 휩쓸던 아일랜드 극작가 출신답게 마틴 맥도나 감독의 각본은 탄탄하다.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놓쳤지만 여타 영화제에서 이미 다수의 각본상을 수상했다. 딸을 강간 살해사건으로 잃은 엄마의 이야기라면 이후 스토리 전개가 뻔할 것으로 추측하기 쉽지만, 영 다르다. 범인을 추적해 복수를 하는 스릴러물이 아니다. 경찰의 무능이나 부패를 꼬집는 정치드라마도 아니다. 예상을 배반하는 스토리는 어디로 튈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새 사건이 꼬리를 물듯이 유발되는데, 사건 사이의 개연성이 확보돼 스토리 전개에 억지가 없다. 곳곳에 블랙 유머와 풍자와 명대사가 포진해 있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인물들의 개성이 다소 지나치다 싶지만 그또한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피해자인 엄마가 무척 강하다. 강하다 못해 어느 때는 여러 사람을 괴롭히는 악처럼 보일 정도다. 그녀가 택한 방법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영화를 시작하는 정서는 분노다. 전 남편의 어린 애인이 말한 ‘분노는 더 큰 분노를 낳는다’는 말처럼 분노의 표출은 사태를 증폭시켜만 간다. 각자가 처한 입장을 조금씩만 돌아본다면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 지 모르는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분노는 중단돼야 한다. 결국 누군가가 먼저 배려하고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안을 때, 비로소 변화가 일어나고 참된 치유와 화해에 다다르게 된다. 이 영화는 고통을 받고, 분노에 휩싸여 있는 이웃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유에 동참해야 할 지를 고민하는 휴먼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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