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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한인 단체 ‘재정 보고’ 의무화해야

실리콘밸리 한인회가 16일 2017년 수입·지출 결산보고서를 공개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다. 이사 후보로 차기 회장 선거에 참여한 박연숙 회장이 선거용으로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라도 재정 내역이 공개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북가주 한인사회에서 수입, 지출 내역을 공개하는 단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가주에서 활동하는 많은 단체들이 “행사를 위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 “차세대 지원을 위해서…” “봉사활동에 필요해서…” 등등 갖가지 이유로 한인사회에 손을 벌린다. 하지만 정작 돈을 모아선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알려주는 단체는 거의 없다.

친구고 선후배라서, 같은 교회를 다녀서, 일로 얽혀 있어서 인정상 지갑을 열고 후원금을 내지만 내 돈이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 길은 없다. 돈을 건네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한인회장을 비롯해 단체장들은 임기를 시작하며 투명한 재정을 약속한다.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대체로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 언제나 그렇듯 한인들이 모아준 돈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지고 단체장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 임기를 마친다.



얼마전 만난 한 한인은 “수 년간 한인단체들에 후원금을 냈지만, 도대체 무슨일에 썼는지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려주는 단체는 하나도 없었다. 이 단체 저 단체에서 재정 문제로 잡음이 터져 나오고 실망감만 커져 앞으로는 후원금을 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인도 “후원금이 필요해서 올 땐 공손하지만 뒤돌아서면 ‘나 몰라라’ 식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한인 단체들이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한인 커뮤니티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단체장들이야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단체에 남는다. 후원이 줄어드는 건 당연지사고 한인들의 관심도 멀어지며 기존의 사업을 유지하기도 버거워진다. 새로운 사업은 엄두도 못낸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인사회에서 단 한 푼이라도 지원을 받는 단체는 정기적인 재정보고를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 내부 감사를 두던, 회계사를 고용하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회계사협회 등 외부 단체로 부터 감사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제부턴 제발, 더 이상 불투명한 재정 문제로 한인들이 실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적어도 한인 사회의 수준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최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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