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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가이드] 일선 교사들이 밝히는 ESL 교육현장 1

[밴쿠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2/04/11 18:17

ESL이 학교 교육에서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
계속된 지원삭감에 이어 이제는 예산편성에서 항목마저 없애버려 일관되고 체계적인 ESL 교육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관계기사 본지 10일자 1면> ESL 교사들의 모임(ESL PSA) 한 관계자는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고르게 키워주는 게 캐나다 공교육의 이념이다.
이민자 학생들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균등한 기회를 이민자에게 보장한다는 것은 언어장애의 극복을 도와주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위한 도구인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도 이 사회에서는 하나의 장애로 인정되고 국가는 모든 장애자를 특별히 배려하듯 이민자 학생에게는 적절한 ESL 교육을 마땅히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본보는 교육구별로 예산안 책정을 끝내는 이 달 23일에 앞서 긴급 회합을 가진 ESL교사협을 찾아가 이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ESL 교육이 무엇인지, 현 상황이 어떤지, 어떻게 개선해갈 것인지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학교 ESL 교육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는데 한인 학부모들은 그간에도 불만이 컸다.
그 사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랜디 핸더슨(회장, 프린스조지 교사)-"ESL 교육이 현재로서도 매우 열악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민자 학생은 계속 늘어난 데 반해 정부는 학생 당 지원 액수를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
게다가 1997년 주정부가 ESL 지원을 5년으로 제한한 것은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수업을 들은 지 5년이 된 학생들은 자동적으로 지원대상에서 탈락된다.
이 제도는 학생간의 능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예산적자를 메우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다가 나온 정책이다.
어린 나이에 ESL 교육에 편입된 학생이라면 5년간 수업으로 충분할 지 모르지만 통계적으로 중학교 이상에 이민 온 학생들이 그 잠재력을 충분히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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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L 수업을 그토록 오래 들어야 하나?
실비아 헬머(재무, 밴쿠버 교사, 교육학 박사)-"우리는 학교 교육이 목적으로 하는 '아카데믹 영어'의 습득을 말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위 '길거리 영어(Street Level English)'를 배우는데는 2-3년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비교.대조.분석을 통해 개념간의 인과관계를 도출한 끝에 결론에 이르고 상대방의 의견을 논증적으로 대꾸해야 하는 종합적인 사고를 영어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오래고 강도 높은 훈련이 요구된다.
학자들은 일반 학생이 7-9년은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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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나 폭스(밴쿠버 교사)-"ESL 교육이 단지 단어 외우게 하고 문법이나 설명하는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ESL 수업은 학술적인 사고를 영어로 할 수 있게 훈련시키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 수업방식으로 널리 채택하는 프레젠테이션만 봐도 묻고 대답하고, 자기 주장을 펴고 반박하는 등 수많은 사고작용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상황이다.
이 숨가쁜 상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영어로 사고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민자 학생들은 무방비 상태로 일반 수업에 내던져질 경우 미숙한 영어 뿐만 아니라 논리적 사고가 충분히 훈련되지 않아 많은 곤란을 겪는다.
ESL 수업은 배우는 내용보다는 그 도구인 언어와 사고 연마에 초점을 맞춰 실전에 대비케 하는 준비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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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돌(부회장, 리치몬드 교사)-"이민자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A, B 학점을 받아온다고 더 이상 ESL 교육이 필요 없는 것으로 여기는 데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대학이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고급 영어를 습득하는 것은 성적표 상의 알파벳과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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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머-"한인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그룹으로 토의하고 함께 하는 공부에 매우 서툴 뿐만 아니라 심지어 참여하기조차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 사회에서는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좀 더 낳은 형태로 발전시켜가는 것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 때문에 교육에서도 결론으로서의 지식을 던져주기 보다는 그 과정을 이끌어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큰 비중을 둔다.
한인 학생들이 이런 교육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첫째, 언어가 자유롭지 못하고 둘째, 지식 축적 위주의 교육에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틀려도 상관없는 ESL 시간에서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학습태도를 배울 것인가."
조이스 마(써리 교사)-"ESL 교육에서는 언어 외 문화와 시민의식을 가르친다.
이민자 학생이 캐나다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인정을 받고 살아가려면 이 세가지를 모두 겸비해야 한다.
ESL 교사는 학생이 이 사회의 문화와 제도에 연착륙 할 수 있게 가이드하는 역할을 누구보다 앞서 담당한다.
"
▲ESL 교사가 이민자 학생을 이 사회로 이끌어 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 중간자적 입장에서 한인 학부모가 지닌 교육관을 어떻게 보는가?
돌-"아시아계 이민자 전반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들의 자녀 교육열은 누가 봐도 대단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게 뭔지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중국인 어린 학생이 내게 와 숙제를 못했다며 울음을 터트린 적이 있다.
사정을 물어보니 이 학생은 방과 후에 수학, 과학, 음악 레슨 등 쉴새 없이 돌며 학원을 다녀야 했다.
하지만 숙제를 못한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창의적 사고를 하기에 머리가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내가 내준 숙제는 문제는 단순하지만 많은 생각 속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드러내라는 것이었는데 지식의 암기로 꽉 찬 머리에서 이런 창의력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
폭스-"한인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학력 배양을 지식 주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사회에서 지식이란 어른이 돼서도 꾸준히 습득해 가야 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그 때까지 배운 지식을 어떻게 적용해 나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개발해 가느냐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
헬머-"이민자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진학을 열망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제대로 따라가느냐가 더 큰 문제다.
앞서 얘기 나온 데로 논리적 사고와 효과적인 의사전달, 창의력, 방대한 문헌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면서도 핵심을 집어낼 수 있는 독해력, 복잡한 내용을 쉽고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문장력 등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6,7학년 때 온 학생만해도 이런 훈련을 제 때 맞춘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고등학교 때 이민 온 학생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18살에는 무조건 졸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졸업을 1-2년 늦추든 비교적 수월한 컬리지를 경유하든 간에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대학에 진학하길 권유하고 싶다.
"
▲학교 ESL이 단순히 말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식 사고의 바탕을 마련하는 장이라고 한다면 이민자 학생들의 성공을 가름하는 중요한 교육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이 예산삭감에서 가장 먼저 다뤄질 만큼 홀대 받는 이유가 뭔가?
헨더슨-"학부모들이 자녀를 대신해 권리 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교육 서비스의 제공자인 정부는 그 고객인 학부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없다.
현 자유당 정부 아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민자 부모들은 교육당국이나 정부를 상대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데 매우 수동적이다.
"
조이스 와일드(총무, 밴쿠버 교사)-"캐나다에서 학부모는 자신이 세금으로 낸 돈이 내 자식을 위해 어떻게 쓰여지는지 캐물을 당연한 권리가 있다.
또한 교육당국과 정부는 이 물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답변할 의무가 있다.
이 곳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경우 자녀를 채근하기 앞서 학교를 찾아간다.
담당교사나 학교장을 만나 학교가 자녀의 발전을 위해 미흡한 것이 뭔지 찾아내고 그것에 대한 시정을 당당히 요구한다.
물론 이민자 부모는 언어소통의 곤란으로 학교를 찾아가기가 꺼려질 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당당히 통역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라. 모든 학생들에게 잠재력 개발을 위해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하는 학교로서는 학생들의 처지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이민자 학생들에게는 통역사를 붙여서라도 그 필요를 수렴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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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밴쿠버, 버나비 등 일부 교육위원회가 그나마 있던 상설직 '멀티컬처럴 리에종 워커'(이민자 학생 전담 카운셀러)를 이미 없앴거나 없애려 하기에 걱정이다.
학생의 올바른 지도를 위해 학부모와 수시로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중간 역할을 맡아줬던 이들이 사라지면 어디가 도움을 청해야 할 지 모르겠다.
모자익같이 외부기관에 의뢰한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일 지 의문이다.
"
빅키 맥카시(전 회장, 밴쿠버 교사)-"똑 같은 특수교육의 하나인 장애자 교육과 ESL을 비교할 때 학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는다.
밴쿠버시에 장애학생은 불과 수백명에 불과한데 반해 ESL 학생은 만6천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ESL 교육은 계속해서 열악해진 반면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그간 줄기차게 권리를 주장해 온 결과 교육여건이 점차 개선됐으며 이번 예산안에서도 삭감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이제는 ESL 학부모들도 일어나 외쳐야 할 때다.
각 교육위원회 위원들과, 교육감, 주의원 등을 찾아가고 교육구마다 있는 학부모회에 참가해 사정을 알리고 요구를 관철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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