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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유학시장, 이대로 좋은가] <2> 무엇이 문제인가

유학생. 교민은 물과 기름사이?

한인사회 무관심 속에 빗나가는 유학생 많아
'유학생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보지 말라'
상호 불신의 골 깊어...인식의 전환 필요

유학생이 밴쿠버 한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교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유학생들을 한인 경제를 견인해 가는 주요 고객으로서 제대로 대우하고 있느냐 하는 질문에 대해 선뜻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2달 전 한국의 유학 알선업체를 통해 어학연수차 밴쿠버에 들어온 김세원 씨는 한국에서 약속 받았던 유학 내용과 밴쿠버 현지에 와서 겪은 내용은 너무나 차이가 난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그는 학교는 랍슨에 있지만 소개 받은 홈스테이는 메트로타운에 있어 통학하는데 1시간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ESL 수업을 받는 한 반에 학생 숫자가 너무 많고 그들 중 3분의 2가 한국 유학생들이어서 현지 본토 언어를 배우러 먼 나라까지 돈 내고 왜 왔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선업체로부터 '홈스테이를 캐나다인 가정에서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영어를 배우고 캐나다 문화를 배울 수 있어 단기간 내에 영어공부를 마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막상 와서 보니 제3세계 출신 가정에 홈스테이를 정해주어 이를 아예 포기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홈스테이 비용도 줄이고 통학하는 시간을 절약하며 많은 다른 한인 유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랍슨으로 아파트를 얻어 이사를 갔다.

본인도 유학생이었다가 지금은 이민자가 된 김지애 양은 본인이 겪었던 유학생 초년병 때의 똑 같은 불만 사항을 지금도 한국에서 온 친구들로부터 듣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공항 픽업 비용에서, 홈스테이 주선해 주는 비용 그리고 각종 안내 비용 등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항목을 들어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는 친구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면 이민자가 된 자신이 부끄러워진다"고 말했다.

제이유학정보센터의 김재권 원장은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약속된 비용 외에는 유학과 관련되어 파생적으로 생긴 업무에 대해서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모든 유학업계가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을 했다.

월드컵 단체응원을 주도했던 유학생 박호영 씨는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하다 보니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러나 새로 막 온 유학생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어서 마치 신고식이라도 하듯이 당하는 게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느껴진다"고 자조적인 웃음을 띠어 보였다.

사진마을을 운영하는 이지훈 씨도 다운타운에서 유학생들을 상대하다 보니 많은 말을 듣게 된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 가장 가슴에 아프게 와 닿았던 일은 '언제 다시 볼 거냐는 듯이 눈 앞의 이익만 생각해서 짧게 장사하는 교민들이 너무 무지해 보인다'는 어느 유학생의 조롱 섞인 고언을 들었을 때였다고 말했다.

강학수 유학원협회장은 유학생들이 교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돈벌이의 대상이 아니라 같은 한민족 젊은이로 봐달라는 아주 작은 소망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심각한 일은 조기 유학을 온 한국의 어린 유학생들이 서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마약류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 동반한 학부모의 비자 연장이 많이 거부 당하면서 혼자 남게 되는 조기 유학생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어 이런 문제점은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다.

한인 사회에서 자신의 자식만 아니면 봐도 못 본 척하는 악습이 더욱 사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2년 전 코퀴틀람의 한 노래방에서 중국 갱단에게 한인 학생이 맞아 죽었을 때 범행에 가담했던 중국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게 된 한 한인 학부모가 있었다.
이 학부모는 그 학생들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한인 학부모의 조언을 구했지만 자기 자식과 상관없기 때문에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한 한인 교육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많은 한국 조기 유학생이 타민족의 학교 범죄 집단의 희생자가 되고 있으며 일부 학생들은 본의 아니게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유학생들이 한인사회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유학생 스스로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많은 유학생들이 유학생활 중에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같은 처지의 한인 유학생들끼리 몰려다니며 술과 여흥으로 소비적인 시간을 보내며 한인 이민자들이 보기에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부모의 경제력을 배경으로 이민자들에게 자기 과시적인 무분별한 행동을 보이는 점도 이민자들이 유학생을 포용하는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기존의 한인사회와 유학생 집단 간에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게 되고 이는 유학시장이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유학생은 한국에 돌아가 '밴쿠버에서는 한국 사람은 만나지도 말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하고 교민은 '건방진 유학생들하고는 만날 필요도 없다'고 맞받아치는 일이 반복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인사회나 유학생 모두가 이제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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