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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택구 화백]밴쿠버서 열 번째 개인전

[밴쿠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8/03/03 11:02

“잔잔한 일상의 아름다움, 마음의 풍경을 그린다”

밴쿠버서 열 번째 개인 전시회를 여는 황택구 화백
3월3일부터 21일까지 밴쿠버 ‘코반 갤러리’에서



고희를 넘긴 원로화가 황택구씨가 오는 3월 3일부터 21일까지 밴쿠버 소재 코반 갤러리에서 열 번째 개인 전시회를 연다.
복잡한 세상사에서 한 걸음 물러서 인생을 관조하는 그는, 내 주변에서 펼쳐지는 잔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건져 내어 그만의 독특한 마음의 풍경을 그린다.


나무 하나를 그릴 때도 선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점을 찍어 표현하는 반사실주의 화풍을 지녔으며, 현재 그의 작품 두 점이 퀘벡에 있는 캐나다 문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가이면서 동시에 수필가로서 본지에 ‘캐나다 이민살이 40년’이라는 인기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황택구씨를 만나 보았다.


“세상살이 복잡한데 그림까지 복잡해서 되겠어?” 툭 던지는 말 한 마디에 긴장이 풀어졌다.
정치가의 연설처럼 허세 부리고 격식 차린 말들이란 뒤돌아 생각해 보면 사실 별 뜻이 없기 때문이다.
칼럼을 통해 생각을 넘본 대로, 황택구씨는 넉넉하고 품이 넓은 사람이었다.
전시회 얘기는 슬쩍 뒤로 물러나고 먼저 사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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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하신 지 벌써 40년인데, 그동안 어떻게 사셨어요?

황택구 : 음 내가 1968년에 처음 왔으니까, 벌써 꽉 찬 40년이 되네. 당시 한국에서는 그림 그린다고 하면 한마디로 장가 들기도 힘든 때였지. 대학 나온 다음에 인쇄소에서 한 몇 년 디자인 일 하다가 여기로 왔어.

캐나다는 ‘굶어 죽고 싶어도 굶어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 나라’니까 잘 살았지. 여기서 장가도 들고 말이야. 큰 돈은 못 벌었지만 뒤돌아보면 뼈저린 고생 안 하고 럭키한 인생이지. 아들도 하나 있는데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컴퓨터 하드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지난해 고희를 넘긴 황씨는 이민 생활 연륜으로 보나 화단 경력으로 보나 모름지기 원로다.
그가 밴쿠버 땅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지난 1968년. 캐나다가 동양인에게 처음으로 이민 문호를 개방한 지 불과 2년 남짓 지났을 때다.
당시 한국 교민은 300명을 넘지 못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그는, 캐나다에 이주해서는 CBC-TV 제작부에서 배경미술가(Scenic Artist)로 활동하는 등 영화계와 TV 방송국에서 15년 간 일했다.


-그럼 순수미술 분야에서는 멀어지게 된 거네요?

황택구 : 자연스레 그리 되었어. 직장에서 하도 물감에 묻혀 지내다 보니까 형형색색 현란한 색이 보기만 해도 싫어지더라구.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이제 우리 둘 중 하나라도 자기 갈 길을 가자’고 하더라구. 아내는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하고 UBC 대학 도서관에서 평생 일하다가 은퇴했지.

황택구씨는 지난 1985년, 무려 13년 간의 긴 공백을 깨고 다시 붓을 들었다.
2년 여의 준비 기간 끝에 의욕적으로 갤러리(태림화랑, Pacific Rim Gallery) 를 오픈하고 개인 스튜디오도 열었다.
그러나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름이 너무 좋아서 사람이 안 와서’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너무 앞서 갔던 거다.
당시 한인 사회는 조금 더 규모는 커졌지만 그림 등 문화예술을 향유할 정도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개인 스튜디오만 남긴 채, 신문사의 주필을 맡으면서 그의 숨겨진 또 하나의 재능, 필력을 다지게 된다.


- 예술가들이 자기 영역에만 전념하기가 여전히 힘든가요?

황택구 : 아니, 예술가들이 불우하던 시대는 갔어. 수퍼 리얼리즘 시대에 새로 인상파 기법을 도입한 반 고흐처럼 죽도록 고생만 하다 가는 시대가 아니지. 마릴린 먼로 그림을 팝 아트로 선보여 하루 아침에 유명해진 앤디 와홀(Andy Wahol)을 봐요.

그 사람은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내가 유명 화가가 되어 있더라’고 말했잖아. 요즘은 미디어가 신속하기 때문에 어느 화가가 새 아이디어를 개발하면 당장 다음날 알려진다구. 미술은 자유로운 분야야. 음악처럼 어떤 규칙과 작곡법이 있는 게 아니거든.

- 그럼 이제 선생님 전시회 얘기를 해볼까요?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나 주제가 있나요?

황택구 : 특별한 주제는 없어. 늘 하던 작업이지. 굳이 얘기하면 ‘내 주변 이야기, 내 주변 풍경’이랄까. 이번 포스터에 올린 ‘부활절 일요일 (Easter Sunday)’ 이 이번 전시회에서 내보이고 싶은 작품이긴 한데… 부활 주일에 키츨라노 해변을 산책하다가 받은 인상을 부각시켜 본 거예요.

봄날 버드나무에서 파란 순이 돋듯이 무언가 막 새로 돋아나는 느낌을 받았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환생이 아니고 죽은 것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부활의 의미가 강하게 다가왔지. 말하자면 ‘이미지로서의 부활’이야. 극사실주의처럼 있는 걸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내가 받은 인상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사람들을 재배치하기도 하지.

- 이번이 열 번째 개인전인데, 어떤 기법상의 변화가 있는지요?

황택구 : 예전에 작품을 할 때는 나무 판 (하드보드) 에 칼로 긁어서 스크래치를 내는 방법으로 했어. 지금은 아크릴릭 캔버스에 하기 때문에 당연히 기법이 달라졌지. (포스터를 가리키며) 여기 이 나무를 잘 보면 그냥 선으로 그린 게 아니고 무수히 많은 점을 찍은 거야.

황택구씨는 예술가에게 은퇴란 없다고 한다.
화가 마티스의 경우를 보면, 만년이 되어 손이 떨려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었을 때, 오히려 종이를 오리고 찢어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탄생시켰다.
내 주변 가까이에 있는 사물로부터 평화와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황택구씨에게서, 싱싱한 젊음을 수혈받는 느낌이다.

황택구씨 개인전은 오는 3월 3일부터 21일까지 코반 갤러리(Covan Art Gallery, 3778 W.10th Ave. Vancouver, 778-371-8784 / 604-761-3391) 에서 열린다.
오프닝 리셉션은 3월 4일(화) 5시부터 9시까지다.


글, 사진=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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