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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네극장에서 '뉴욕 메트 오페라' 실황을 보다"

[밴쿠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8/03/10 15:32

‘The Metropolitan Opera: Live in High-Definition'

지난 시즌 무려 32만5천 관객 돌파,
스코티아뱅크 극장 등 BC주 11개 극장서

지금 세계 오페라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중심 축으로 돈다.
오페라 종주국으로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태리의 라 스칼라를 비롯하여 영국의 코벤트 가든, 프랑스의 오페라 코미크, 독일의 뮌헨가극장도 유명하지만, 세계 그 어디를 둘러봐도 거의 매일 새 오페라를 올리는 곳은 메트밖에 없다.
뉴욕에 가지 않고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집 앞에 있는 영화관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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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다운타운에 위치한 스코티아뱅크 극장(패러마운트 영화관)에 갔다.
영화를 보러 간 게 아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밴쿠버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 벨지움 체코 덴마크 독일 일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폴란드 노르웨이 푸에르토 리코 스웨덴 영국 각지에서 생중계된다.
오페라가 상영되는 소극장에는 평소 영화 관람객보다 훨씬 더 많은 2백여 명의 관객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날 공연은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가난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뿌리치고 아버지 뻘의 늙은 부호, 제론트의 애첩이 된 마농의 슬픈 이야기다.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는데, 오페라 줄거리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북구(핀란드) 출신답게 키가 훌쩍 큰 카리타 마틸라(Karita Mattila)를 다시 보고 싶어서였다.


베르디의 [돈 카를로](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지휘 안토니오 파파노/ 파리 오케스트라)에서 열연을 펼쳤던 마틸라는 올해 47세로 여전히 최고 수준의 노래와 연기 실력을 과시했다.


오늘 상대역은 찌르는 듯한 스핀토 테너 마르첼로 조르다니(Marcello Giordani). 지휘는 1981년 이래 현재까지 메트의 상임 지휘자로 활약하는 배추머리의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이었다.


오페라를 보는 건 분명하지만, 영화관이니까 무얼 입고 갈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적당히 옆사람 눈치 보면서 팝콘을 우적거리거나(이런 사람은 실제 없었다) 콜라를 홀짝여도 된다.


그리고 실제 오페라 공연과 똑같이 20분씩 두 번의 인터미션도 있다.
이때 잠깐 바람 쐬러 나갔다 와도 되고 아니면 메트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무대 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이날 진행은 한창 전성기를 맞고 있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맡았다.


그녀는 아직도 젊음을 유지하는 마틸라의 요가 실력과 땀 뻘뻘 흘리며 셔츠 갈아입으러 다급히 사라지는 마에스트로 제임스 레바인을 그 누구보다 편하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생중계 방송은 벌써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첫 시즌에는 전세계적으로 무려 32만5천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올 2007/08 시즌에는 첫 시즌보다 두 편이 늘어나 모두 여덟 작품이 인공위성을 통해 쏘아지고 있는데 각 작품마다 1만5천명의 관객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디지털 기술이 하도 발달하여 HD 화질 걱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간혹 음질이나 조명(촬영을 위해 조명을 더 밝게 하지 않았을까)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것과 100% 같을 수는 없어도, 영상물로 오페라를 즐기는 이 시대에 걸맞게 35밀리 큰 필름에 10개 이상의 카메라가 각 각도로 펼쳐지며 동시 촬영한다.
그리고 최상의 음질(Dolby Digital 5.1 surround sound)을 갖춘 영화관만 선정했다.


BC 주에서는 모두 11개의 극장에서 상영된다.
본 방송 날짜는 같지만, 지역마다 앙코르 일정은 조금씩 다르다.
더 자세한 내용은 www.metopera.org나 www.cineplex.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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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상하세요>

[피터 그라임스] (3월15일, 10시30분/ 앙코르 3월 29일)는 ‘제2의 헨리 퍼셀’이라 불리는 벤저민 브리튼이 1945년 초연한 작품이다.
19세기 초 영국의 사회 풍속도를 그린 조지 크래브의 6800행이나 되는 시 ‘자치도시 The Borough, 1810년)에 모태를 두고 있다.
한 어촌을 배경으로 아웃사이더 적인 인물, 피터가 처하는 죄와 벌의 문제를 다뤘다.


현대 오페라지만 동시에 고전적인 오페라다.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깊이있게 다루면서도, 음악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이다.
안소니 딘 그리피( Anthony Dean Griffey)가 복잡한 성격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20세기에 가장 인상적인 테너 역이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3월22일, 9시30분, 앙코르 4월 12일)는 총 연주시간이 5시간 35분이나 된다.
오페라가 길기 때문에 전곡을 다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많겠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부르는 ‘사랑의 죽음’을 모르고서야, 어찌 사랑을 말하랴. 바그너만 부르다가는 성대를 망가뜨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묵직한 발성과 스테미너를 요구하기 때문에, 실제 오페라 무대를 보면 ‘두 개의 통나무(남녀 주인공)가 턱 버티고 서서 표효하는 것’ 같다.
바그너 오페라를 부르는 테너를 헬덴 테너(영웅적인 목소리)라고 따로 부르기도 한다.


트리스탄 역에 밴쿠버 출신의 세계적인 헬덴 테너 벤 헤프너( Ben Heppner)가 출연한다.
그리고 너무 뚱뚱해서 메트 무대에서 퇴짜를 맞았던 소프라노 데보라 보이트(Deborah Voigt)가 위 절개 수술을 받고 한결 날씬해진 모습으로 복귀한다.


푸치니의 [라 보엠] (4월5일,10시30분 앙코르 5월3일)은 줄거리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다만 이번엔 천재적인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를 주목해 보자. 명작 영화 ‘무솔리니와 함께 차를(Tea with Mussolini)’의 실제 주인공이다.


게다가 탄탄한 가수들이 출연한다.
안젤라 게오르규(Angela Gheorghiu)가 미미를, 라몽 바르가스(Ramón Vargas)가 로돌포 역을 맡았다.
그리고 지휘는 잘나가는 젊은 지휘자 니콜라 뤼소티(Nicola Luisotti)다.


도니제티의 [연대의 아가씨] (4월26일,앙코르 5월10일)는 메트에서 공들여 만든 새 프로덕션이다.
콜로라투라 나탈리 드세이(Natalie Dessay)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뱃노래]에 나오는 ‘인형, 올랑비아의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가수가 누굴까. 동양계로는 조수미, 유럽에서는 드세이다.
예쁘고 깜찍하고 날씬하고 연기 잘하고 노래 잘하고 춤까지 잘 춘다.
한편 상대역도 만만찮은데, 잊혀져가는 롯시니 붐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젊은 페루비안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Juan Diego Flórez)다.
작년에 있었던 영국 코벤트 가든 오페라 공연 후 ‘런던 타임즈’는 이 둘을 가리켜 ‘천국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의 커플’이라고 극찬했다.
사실이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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