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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 시카고]눈부신 경종(警鐘)

배미순(시인)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 온 봄
어느 작은 바위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철쭉을 본다
솟아오를 줄 알고
꿰뚫을 줄 아는 너는 이미
내게 있어 하나의 경종(警鐘)이다

한 편의 시처럼 우리의 생도


함부로 자리 잡거나
뿌리 내리지 않는데
넓은 땅, 푸른 산 마다하고
오직 그 좁은 틈새를 사랑한 너를
내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으랴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들의 긴 겨울
그 침잠으로부터의 깨어남
그 깨어남으로부터의 작은 몸짓
이 봄, 용이주도한 너의 출발은
기댈 곳 없는 새로운 여정,
아스라한 외길의 눈부신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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