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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산책] 잃어버린 기본을 찾아서

일본의 심리학자 스가이 타이조는 말했다. 기본이 없으면 응용도 없다고. 달인이란 뛰어난 인물이 아닌 기본을 탄탄히 갖춘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라고.

어떤 삶이 옳고 그르다 라고 정의할 수 없는 시대다. 다양한 가치관과 개성적인 삶이 우리로 하여금 기본적인 평가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본이란 틀 속에서 설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세상은 다양해지고 전문화 되었고 관점 또한 다양해졌다.

자고 일어나면 기염을 토할 일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잔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 저기서 되풀이 된다. 그런데 그 일들이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 슬프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선생이 어린 제자를 추행해도, 성직자가 불법으로 부를 축적해도 '내, 그럴 줄 알았지' 콧방귀 한 대로 끝나게 되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유럽의 유명 팀의 축구 경기가 끝나고 코치가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코치는 기본기가 부족해서 경기에서 졌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패스에 문제점이 있었고 볼을 컨트롤 하며 이동하는 드리블도 약했다고 했다. 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욕심에 선수들이 기본기를 무시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인정하는 코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욕망이 기본을 무너뜨린 것을 파악한 것이다. 꼭 지켜야 할 것들을 등한시해서 실패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꼭 지켜야 할 것들을 접어둔 것은 아닐까? 관례를 깨부수고 전진하느라 본질까지 깨부숴버린 것은 아닐까? '기본도 안된 인간' 이라는 말이 있다. 그처럼 큰 욕은 없다. 그것은 '근본 없는 인간' 이라는 말이 있다. 기본이 없다는 말은 오장육부만 존재하고 상식이 없다는 말이다.

업무효율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기본 지키기' 운동을 독려하는 회사도 있다. 회사는 흑자경영, 내실경영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세계 초일류, 기본부터 시작'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 궁극적으로 임직원들의 개개인 경쟁력도 높이고 '일 맛 나는' 직장문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일등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기본은 '사람됨'을 전제로 한다. 부정과 반칙을 멀리하고 정직과 책임감이 따르는 보편성이 기본이다. 기본은 도리다. 그러므로 기본은 기본 하나로 완성체다. 기본이 아름다운 완성을 지향하기 위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덧셈 뺄셈을 배우지 않고 어찌 방정식을 풀 수 있을까? 기본은 보이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질서다. 기본을 무시한 삶은 본질을 잃어버린 삶이다. 기본이 붕괴하면 사회가 붕괴한다.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공식들을 우리는 기본이라 부른다. 기본은 암암리의 약속이다. 기본이 무너질 때 세상은 얼마나 괴팍하고 팍팍해 지던가? 빨간 신호등 앞에서는 멈춰야 함이 당연한 데 달리고 싶다고 마구 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초록 신호등 앞에서는 달려야 하는 데 졸린다고 멈춰 선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주의는 대단한 이념과 주의가 아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것을 갖춘 것이 민주주의다. 기본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진다. 기본 하나만 잘 지켜도 살만한 세상이다.


김은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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