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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그 날이 오고 있다

서점에서 기웃거리다 이 책을 발견했다. 'THE SUN IS ALSO A STAR' 저자의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을 보았다. 'NICOLA YOON', 자메이카 태생의 흑인 여자였다. 345페이지 장편이지만 문장이 쉽고 여백이 많아 2~3일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구글로 리서치를 했더니 저자는 그래픽 디자이너 윤 씨와 결혼해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뉴욕. 한국계 미국인 다니엘은 플러싱에서 태어나 부모로부터 의사가 되라는 압력을 받으나 본인은 시인이 되고 싶어 한다. 부모는 할렘에서 뷰티서플라이 가게를 하고 있다. 여주인공 나타샤는 자메이카에서 8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와 불법체류 하다가 아버지가 음주운전으로 체포돼 온 가족이 추방명령을 받는다. 모든 일은 하루에 일어난다. 맨해튼의 한 레코드 가게에서 우연히 만나 32가 한인타운에서 점심을 먹고,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키스를 하고,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이 소설은 우연이 너무 많아 실감이 떨어지고, 문학적으로는 문제가 있으나 재미 있어 영화로 나왔다.) 저자는 자신을 '쉽게 사랑에 빠지지만, 금방 헤어지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로맨틱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변하는 인종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공식 석상에서 인종에 대해 거론하는 것을 무척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인종주의자로 오해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에는 여러 명의 흑인 후보가 있고 이들은 그들의 피부 색깔이 득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의 아버지는 독일계, 어머니는 이태리계 였는데 그는 아버지와의 사이가 나빠 어머니 이름을 택했다. 그는 딘킨스 시장 시절 흑인 부인을 만났는데 이것이 시장당선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영국 왕실의 앤드류 왕자는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 흑인 여자와 결혼했다. 미 건국 초기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 중 흑인 노예 여자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 사람이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사람은 흑인 여자와의 사이에 딸을 두고 죽을 때까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가 죽고 나서야 비밀이 공개되고, 내연의 흑인 여자는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소설의 저자 말대로 그들은 상대를 갖고 싶은 탐욕에서 만났을 지 모르나, 유희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사랑을 유지한 케이스들이다.



피는 물처럼 섞이게 되어 있다. 타인종간의 혼인은 흔하고, 한인들 특히 여성들이 백인들과 결혼하는 경우는 아주 많다. 내 딸들도 백인 남자와 결혼해 귀여운 아이를 두고 있다. 흑인들과의 혼인도 늘어나고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많지 않다. 동성연애자들이 떳떳하게 나오고, 성전환자들도 많다. 이런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인종 문제는 거론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렇지만 현실로 나타나면 인정해야 한다. 요즘 흑인은 옛날 흑인처럼 피부가 검지 않다. 타이거 우즈는 흑인이지만 그를 흑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타이거는 타이거다.

인종 편견은 당하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불쌍하다. 한인 남자와 흑인 여자와의 사랑을 그린 소설을 읽으면서 머지 않아 이런 일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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