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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닮아가는 트럼프 정부 문재인 정부

욕하다 닮는다고 했던가.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행정부의 동조화 현상 말이다.

# 동맹 경시.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국익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한 직후 청와대에서 내놓은 반응이다. “동맹국들이 적들보다 훨씬 많이 미국을 이용해 먹는다”는 트럼프보다야 고상하게 표현했지만, 핵심은 ‘동맹 이탈’이다. 한·일을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감싸고 도는 트럼프나 주한 미 대사 초치를 아무렇지 않게 공표하는 문재인 정부나 도긴개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돈’, 문재인 행정부는 ‘감정’이 최우선이다. 문제는 ‘동맹이탈 따라하기’에 수반되는, 감당해야 할 위험도의 차이다. 한미동맹 균열로 미국이 잽을 맞는다면, 우리는 KO 펀치를 맞는다.

# ‘진짜 참모’가 보이질 않는다. 청와대는 두 하우스, 즉 블루하우스(청와대)와 화이트하우스(백악관) 간의 소통은 원활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말은 역으로 양국의 ‘하우스’가 얼마나 제대로 기능을 못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통은 되면서 결과는 이 모양이니 말이다.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장녀, 사위 등 ‘패밀리’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인사는 가차 없이 잘려나가고 있다”고 전한다. 청와대도 다를 게 없다. 상식이나 이성보단 특정인의 고집과 아마추어리즘에 휘둘리고 있다. ‘외교 프로페셔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소미아 파기가 얼마나 국익을 훼손하고, 또 그 후폭풍이 어떨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닫았다. 사석에서 답답함을 토로할 게 아니라 공개 석상에서 “내 시체를 넘고 넘어가라”는 결기를 보였어야 했다. 그걸 못 하니 부하인 김현종 2차장, 최종건 비서관의 ‘영어 프로페셔널’에 밀렸다. 일본에 타격도 못 가하면서, 아니 아베에게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릴 수 있는 날개만 달아줬다. 미국과는 척을 졌다.

# 몰리면 언론에 각을 세우고 ‘가짜뉴스’ 탓으로 몰고 가는 것도, 사실로 드러나도 뻔뻔하게 버티는 것도 빼닮기 시작했다. 트럼프 본인은 하루 평균 12.2회 거짓주장(이미 1만회를 넘었다)을 하면서 “언론이 거짓 주장을 편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 세력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교 특례입학, 논문 저자 등재 자소서 기입 등 뻔한 내용조차 가짜뉴스로 매도하는 것을 보면 어설픈 ‘트럼프 따라하기’가 우리 정치권과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1. 절대 안 했다고 잡아뗀다 2. 증거가 나오면, 별거 아니라고 한다 3. 별거 같으면 ‘너도 비슷하게 안 했냐’고 물고 늘어진다 4. 그것도 안 되면 꼬리 자르기 한다. 트럼프의 ‘주특기’를 묘사한 것 같지만 실은 지난 2013년 조 후보자가 동료 교수의 글을 리트윗한 것이자, 요즘 벌어지고 있는 ‘조로남불’ 시리즈의 흐름도다.

트럼프의 위선과 이중성에 가장 당혹해 하는 이들은 미국의 학교 교사라고 들었다. “대통령이 하는 행동은 옳은 거 맞죠?”란 어린 학생들 질문에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답할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아마 지금 우리 기성세대가 마주한 처지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념적 과몰입, 확증편향이 판을 치고 세대 간에는 갈등이, 좌우 세력 간에는 대립이 앞선다. “너는 누구 편이냐”만 남는다. 혼돈이다. 이럴 때의 최고 가치는 ‘상식’이다.


김현기 / 한국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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