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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윤동주 시인이 해외동포?

아무리 생각해도 '해외동포 시인' 윤동주는 납득할 수 없다. 서글프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민족시인 윤동주를 '해외동포'로 취급하다니! 그것도 대한민국 정부의 국정 교과서에 그렇게 되어 있다니!

한국의 교육부가 최근 발간하여 배포한 초등학교 6학년 국정 도덕교과서에 윤동주가 "독립을 향한 열망과 자신에 대한 반성을 많은 작품에 남기고 떠난 재외동포 시인"으로 서술되어 있어 논쟁이 일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이건, 겨레와 역사를 이해하는 일과 밀접하게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다.

중국 정부는 1980년대부터 윤동주 시인을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2012년엔 지린성 용정시에 있는 윤동주 생가 앞에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는 커다란 화강암 표지석과 함께 한글과 중국어로 새긴 '서시' 시비를 세웠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윤동주 시인을 '중국 국적의 조선족'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의도적인 왜곡임이 분명하다. 이런 실정이니, 한국의 국정교과서는 중국의 억지주장을 옹호하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정부가 국민을, 해외에 사는 국민을 어떻게 해석하고 규정하는가 라는 점이다. 바로 우리들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재외동포 윤동주' 표기는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일반 국민의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재외동포에 대한 사항을 교과서에 확대 수록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재단은 그 밖에도 김좌진, 안창호, 서재필, 홍범도 등의 독립운동가와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전 사무총장, 파독 간호사와 광부 등도 재외동포로 서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법적으로 재외동포의 개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 체류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자, 국적을 불문하고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자로서 외국에 거주, 생활하는 자"이다. 그렇게 따지면 윤동주 시인은 28년의 생애 대부분을 만주와 일본에서 보냈고, 한국에서 생활한 것은 평양 숭실중과 서울연희전문학교를 다닌 4년 정도이니 해외동포로 규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윤동주는 어디까지나 조선의 청년이고, 조선의 시인이었다. 오로지 한글로만 시를 발표했고, 그의 시에서는 재외동포나 디아스포라라는 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확고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한민족의 정서를 시에 담은 민족시인이다.

윤동주의 뿌리가 한반도였다는 것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가 태어나 자란 북간도는 원래 한국땅이었다. 일제가 1909년 9월 대한제국령이던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주는 간도협약(밀약)을 체결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도 윤동주를 재외동포로 분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간도를 우리 땅이 아니라고 버리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것들보다 우리에게 더 직접적이고 중요한 것은 재외동포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다. 민족적 정체성이란 지리적, 물리적 장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지켜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민문화의 정체성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라는 근본적 물음에서 시작되어 같은 물음으로 귀결될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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